2030 끌어들인 스포티한 디자인…명품시계 시장 커졌다
오메가 론진 티쏘 등을 판매하는 스와치그룹코리아가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4000억원을 돌파했다. 전년보다 40% 급증하며 명품 시계의 전통 강자인 롤렉스의 국내 매출(3112억원)을 앞질렀다. 시계가 ‘패션의 완성’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영향이다.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과감히 투자하는 20~30대 소비자들이 이들 브랜드를 택했다는 설명이다. 결혼 예물로 1000만원대 시계를 찾는 수요도 늘었다. 지난해 명품 시계 시장의 키워드는 이들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스포티한 디자인이었다.

패션 브랜드 중에선 신상품을 히트시킨 디올, 발렌티노, 펜디, 몽클레르 등의 성장률이 높았다. 반면 이렇다 할 대표 제품이 없는 페라가모 등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잘 키운 베스트셀러’ 하나가 브랜드 전체 매출을 좌우한다는 명품업계의 정설을 확인한 1년이었다는 평가다.

예물시장서 인기있는 오메가

명품 브랜드 중 12월 결산 법인들의 지난해 매출을 분석한 결과 스와치그룹코리아는 작년 매출 4061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2877억원)보다 41% 늘었다. 스와치그룹이 국내에 진출한 이후 가장 높은 매출 증가율이다. 스와치그룹에 속한 시계 중 매출 1위는 오메가다. 1000만원 안팎의 시계가 주를 이루는 오메가는 젊은 층이 선호하는 디자인, 높은 브랜드 인지도 등을 기반으로 예물 시장에서 인기가 많았다. 작년 효자 모델은 ‘씨마스터 다이버300M’이었다고 오메가 측은 설명했다. 브레이슬릿(팔찌 같은 시곗줄) 시계를 찾는 소비자가 많았다. 론진도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했다. 400만원대 ‘마스터컬렉션 문페이즈 스틸’과 300만원대 ‘마스터컬렉션 투카운터 스틸’ 제품이 잘 팔렸다. 론진 마케팅 담당자는 “론진 시계로 예물을 하거나 명품 시계에 입문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60만~90만원대인 티쏘도 판매가 급증하며 스와치그룹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 직장인 입문용 시계로 ‘가성비’ 좋은 티쏘를 택한 소비자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슈망 데 뚜렐 파워매틱 80’, ‘르 로끌 파워매틱 80’은 오토매틱(태엽을 감지 않아도 자동으로 구동되는 기계식 시계)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대표 제품이다. 또 쿼츠(배터리로 구동되는 시계) 중에선 60만원대 ‘PRC200’ 모델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전통 강자 롤렉스도 1000만원대 시계의 인기로 지난해 3000억원대 매출을 회복했다. 롤렉스는 2016년 3106억원에서 2017년 2994억원으로 매출이 줄었다가 지난해 ‘서브마리너’가 인기를 끌면서 3112억원을 기록했다. ‘서브마리너’는 1000만원대에 달하지만 품귀 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백화점 담당자는 “800만~1000만원대 시계를 찾는 예물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롤렉스와 바쉐론콘스탄틴, 브레게, 예거르쿨트르 판매도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젊어진 디올·펜디·발렌티노 ‘인기’

패션 브랜드 가운데 여성스러운 디자인의 ‘레이디백’을 히트시킨 디올 매출이 크게 늘었다. 작년 매출은 967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51.8%나 늘었다. 레이디백은 사이즈와 색상이 다양해 여성들의 ‘잇백’(꼭 가져야 할 인기 가방)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을 들었다. 스터드(징) 장식이 달린 가방과 신발로 유명한 발렌티노도 2017년 332억원에서 지난해 458억원으로 매출이 37.9% 증가했다. 펜디는 ‘바게트백’ ‘피카부백’ 등 히트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명품 패딩’ 브랜드인 몽클레르도 지난해 처음 매출 1000억원을 넘겼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24.5%였다.

이렇다 할 대표 상품을 내놓지 못한 페라가모는 성장이 정체되며 국내시장의 명품 대열에서 탈락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브랜드 역사가 오래됐지만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디올 펜디 등이 꾸준히 신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으면서 20대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페라가모의 매출은 2016년 1499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작년 매출은 1417억원.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명품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럭셔리 시장 규모는 122억3960만달러(약 13조2932억원)로 전년(12조7027억원)보다 4.6% 증가했다. 면세점과 중고시장까지 합하면 훨씬 클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중 국내 명품 가방 시장 규모는 32억3470만달러로 프랑스(29억6590만달러)보다도 크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