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준 뤼이드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이 ‘시험을 위한 공부’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아주면 교사들은 ‘멘토’로서 학생들을 이끌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장영준 뤼이드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이 ‘시험을 위한 공부’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아주면 교사들은 ‘멘토’로서 학생들을 이끌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종이 문제집의 종말.’

인공지능(AI) 기반 토익 학습 앱(응용프로그램) ‘산타토익’의 광고 카피다. 산타토익을 만든 에듀테크 기업 뤼이드의 목표는 ‘스마트폰 앱으로 토익 공부를 한다’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뤼이드가 개발한 AI튜터는 머신러닝으로 학습자의 오답 가능성을 예측해준다. 취약점이 분석되면 3분짜리 맞춤형 강의를 처방해 학습 효율을 높인다. ‘객관식 시험에서 청년들이 원하는 성과를 최대한 빨리 거둘 수 있게 도와서, 보다 창조적인 일을 더 빨리, 더 많이 시도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그래서 뤼이드의 캐치프레이즈는 ‘창조적 파괴’다. 장영준 뤼이드 대표(33)는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대표되는 객관식 시험은 악마가 아니라 효율적인 선발 도구”라며 “다만 학습 결과로 시험을 치르는 게 아니라 시험을 위해 온 교실이 매달리는 ‘본말전도’ 현상을 AI로 바꾸고 싶다”고 했다.

“AI가 교육을 바꾼다”

뤼이드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산타토익 앱의 누적 이용자 수는 70만 명이 넘는다. 반면 최근 한 달 이내 학습 기록이 있는 ‘액티브 유저(active user)’는 12만 명 정도다. ‘유령회원’이 많은 걸까. 오히려 반대다. 회원들은 한 명당 평균 900문제를 푸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중 문제집 한 권 반 정도 분량이다. 장 대표는 “이용자들이 빠르게 목표 점수를 얻어서 앱을 떠난다는 건 앱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는 증거”라며 “자체 분석에 따르면 산타토익 이용자들은 20시간 학습하면 토익 점수 120점 정도가 향상됐다”고 했다.

뤼이드가 이처럼 ‘쿨하게’ 이용자를 떠나보낼 수 있는 건 직접 개발한 AI튜터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뤼이드는 전체 직원 6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개발자다. 이들 개발자의 4분의 1은 AI튜터를 개발·보완하는 ‘산타인사이드’ 소속이다. 장 대표는 “오지선다 형식의 시험이면 그 어떤 시험에도 뤼이드의 AI튜터를 적용할 수 있다”며 “인텔인사이드가 중앙처리장치(CPU)를 개발한 이후 제조사들이 CPU 생산기술 없이도 컴퓨터를 만들 수 있게 됐듯이, 산타인사이드가 AI튜터를 교육 전반에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뤼이드는 베트남 현지기업, 국제학교 등과 미국 수학능력시험(SAT)용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입시교육업체 이투스와 함께 한국 수능용 AI튜터도 개발해 이달 중순께 배포할 예정이다. AI가 학습자별로 오답 가능성을 진단해주는 건 물론 ‘지금과 같은 수준의 학습 패턴을 유지하면 수능에서 몇 점 정도를 받게 될지’ 예측해주는 서비스다. 장 대표는 “교사를 스승으로 돌려놓는 건 입시제도가 아니라 AI가 할 일”이라며 “청년들은 ‘시험을 위한 공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마쳐 더욱 생산적인 일에 매진하고, 교사는 멘토로서 그 과정을 이끌 수 있도록 뤼이드가 기술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실리콘밸리 출신 청년 창업가

장 대표는 에듀테크업계에서 주목하는 청년 창업가다. 미국 UC버클리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실리콘밸리에서 글로벌 웹툰 플랫폼 ‘타파스 미디어’를 창업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뜻이 맞는 공동창업자 두 명과 뤼이드를 설립했고, 2017년에는 ‘제1회 4차 산업혁명 대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한양대를 자퇴하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 건 실리콘밸리에 대한 열망이 한몫했다고 했다. 한국과 미국 창업 생태계를 모두 경험한 장 대표에게 ‘미국에 비해 한국의 창업교육이나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고 느끼진 않느냐’고 묻자 오히려 “한국 사회는 실리콘밸리에 대한 환상이 너무나 많다”는 답이 돌아왔다. 장 대표는 “나 역시 그런 환상을 어느 정도 갖고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미국에서도 창업 생태계는 야생”이라고 했다. 이어 “위험 부담을 무릅쓸 만큼 창업에 대한 열망이 크고 목표가 뚜렷한 청년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해줘야지, ‘일단 창업부터 하라’고 등 떠미는 건 모순”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