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화주 딜부문 총괄대표 "확실한 가치창출 전략 없는 M&A는 실패"
“최근에 인수합병(M&A) 거래를 경험한 기업 재무담당자 중 66%는 ‘가치창출’이 M&A의 최우선 고려사항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거래할 때 가치창출을 최우선 순위에 뒀다는 응답자는 34%에 불과했죠.”

배화주 삼일회계법인 딜(deal) 부문 총괄대표(사진)는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머저마켓과 함께 최근 M&A를 한 글로벌 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3%가 다른 기업을 인수한 2년 뒤 경쟁사에 비해 저조한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부분 기업이 명확한 가치 창출 전략 없이 M&A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 대표는 “부실기업을 낮은 가격에 인수해 유동성을 제공한 뒤 외부 여건이 호전되면 높은 값에 되팔 수 있는 시절은 끝났다”고 진단했다. 인수자 간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좋은 매물을 찾기가 어려워졌고 가격도 비싸졌기 때문이다. 그는 “기업공개(IPO) 등을 통한 투자 회수 여건도 과거에 비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따라서 성공적인 M&A를 위해선 실사 단계에서 인수하려는 회사가 영위하는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고 뚜렷한 가치창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불행하게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인수 실사가 재무제표 숫자와 우발채무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미국 사모펀드(PEF)인 칼라일의 경우 2014년 시장의 우려 속에 ADT캡스를 다소 높은 가격에 인수했지만 2018년 성공적으로 매각했다”며 “삼일회계법인의 도움을 받아 인수 실사 단계에서부터 ADT캡스가 가진 강점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일회계법인은 PwC와 함께 이 같은 ‘가치창출 M&A 서비스(VCID:value creation in deals)’를 준비하고 있다고 배 대표는 소개했다. 단순한 M&A 회계 실사에서 벗어나 투자의 전 과정에 걸쳐 가치를 창출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서비스다.

배 대표는 “기업을 매각할 때도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M&A 매각 자문이 인수 후보를 찾아오는 것 정도에 그쳤다”며 “하지만 매각 과정에서도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과연 지금 파는 게 옳은지, 어떤 모습으로 파는 게 최선인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예를 들어 PwC는 글로벌 생활용품회사 유니레버가 버터사업을 매각하기로 하고 매각 자문을 요청하자 ‘지금 당장 매각하는 것보다는 좀 더 가치를 높인 뒤 파는 게 낫다’고 제안해 1년간 가치창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유니레버는 처음 예상한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버터사업부를 매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배 대표는 특히 ‘매도자 실사(VDD:vendor due diligence)’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매도자 실사란 잠재적 인수자를 명확하게 파악한 뒤 각 인수후보에게 가장 매력적인 점을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매각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예를 들어 칼라일이 ADT캡스를 매각할 때 잠재 인수후보인 SK텔레콤이 ADT캡스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볼지 분석한 후 가장 매력적인 상태로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PwC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PEF 중 34%가 VDD를 하지 않았는데, 매각 과정에서 손실을 봤다고 응답한 기업 대부분이 VDD를 하지 않은 곳이었다”고 말했다.

유창재/황정환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