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환율이 15~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시작되는 미·일 무역협상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엔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지 말라는 것이 미국의 요구다. 엔화 약세를 통해 수출기업 경쟁력 강화를 꾀해온 일본으로선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배제하고자 했던 환율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 관련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이 엔저 현상을 유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무역협정에 환율 관련 조항을 포함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외환시장을 조작해선 안 된다”며 “모든 무역협정에 환율 문제를 포함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무역협정 조항에 ‘환율 정책의 투명성’과 ‘경쟁적인 통화의 평가절하 자제’를 포함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환율 조항’을 명문화한 것을 모범사례로 삼아 일본과의 협상에서도 같은 내용을 관철시킨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9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무역협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지 7개월 만에 시작되는 이번 협상에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경제재생상이 대표로 참여한다.

미국은 ‘새로운 무역협정’에 상품무역뿐 아니라 서비스와 세관 절차, 환율 등 폭넓은 분야를 다루자는 입장이다. 미국을 제외하고 일본,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이 맺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동등하거나 더 유리한 관세를 농업 분야 등에서 요구할 것이란 예상이다.

반면 일본은 ‘물품무역협정(TAG)’이라는 별도의 용어를 사용하며 자동차와 농산물 등의 물품 및 관세 분야에 국한한 협정으로 의미를 축소하려 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서비스 분야는 논의할 수 있지만 환율 문제는 협상 대상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