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용산, 서초 등 일부 지역에서 최고가를 경신한 아파트 단지들이 나오고 있다.  /한경DB
서울 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용산, 서초 등 일부 지역에서 최고가를 경신한 아파트 단지들이 나오고 있다. /한경DB
서울 아파트 가격이 5개월 가까이 하락하는 가운데 강남, 용산 일대 아파트 가격은 이전보다 오히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역주행’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수요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도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지역 매수세는 크게 꺾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집값 하락 '역주행'…용산·서초 오른 곳 많네
부동산 한파 속 ‘신고가 행진’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용산시티파크2단지의 전용면적 184㎡(12층)가 지난달 9일 29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 최고가다. 이 단지의 직전 최고가는 작년 9월에 거래된 25억원(6층)이다. 4억3000만원(17%) 올랐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용산 미군기지 철거 후 용산민족공원이 주변에 들어서면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며 “대출이 필요 없는 고액자산가들이 꾸준히 매수 문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 서초동의 더샵서초는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이후로도 꾸준히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달 전용면적 152㎡가 15억90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작년 12월 14억원에 거래됐는데 기록을 또 한 번 경신한 것이다. 현재 시세는 15억8000만원에서 16억원에 형성돼 있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거래 문의가 많이 줄었지만 돈 많은 사람이 원하는 대형 주택형은 그래도 간간이 문의가 들어오는 편”이라며 “자산가들은 대출이나 세금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초구 방배동 ‘동부센트레빌’도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달 전용 157㎡(5층)가 19억원에 손바뀜했다. 같은 면적의 아파트 1층이 2017년 5월 14억7000만원에 거래된 적이 있다. 용산구 이촌동의 ‘점보맨션’은 지난 2월 전용 153㎡(7층)가 14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6월 13층 물건이 13억원에 거래된 이후 최고가다.

서초구 서초동 ‘더샵오데움2단지’ 전용 171㎡도 지난해 3월 7층 물건이 16억9000만원에 거래된 데 이어 지난달 8층 물건이 2억원 넘게 올라 18억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강남구 도곡동 ‘우성캐릭터199’는 전용 165㎡(10층)가 17억3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직전 최고가는 18층 물건의 거래가인 15억7000만원이다.

“돈 많은 수요층 여전히 탄탄”

전문가들은 일부 선호 지역의 아파트 단지들이 계속 신고가 행진을 이어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은 전체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며 “경관, 주변 생활시설 등 각 단지만의 고유한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입지 여건이 좋은 곳은 조정기에도 매수세가 꾸준하다”며 “베팅할 금액이 많은 자산가들은 저평가된 지역에 쉽게 투자할 수 있어 앞으로도 이런 단지들의 신고가 흐름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고액자산가 중심으로 고급 아파트촌에 대한 실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신호라는 의견도 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서울 아파트값 하락폭이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인데 고액자산가들은 하락세가 줄어드는 시점에서 일반 사람들과 다르게 1억~2억원 더 빠지는 걸 기다리지 않는다”며 “반등의 초기 신호로도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