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부호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55)와 그의 부인 매켄지 베이조스(48)가 이혼조건에 합의했다. 올초 트위터를 통해 이혼 소식을 알린 지 석 달 만이다. 베이조스는 자신의 아마존 지분(16.1%) 가운데 25%(전체 지분의 4%)를 매켄지에 넘기고 의결권을 계속 보유하기로 했다. 매켄지의 주식 평가액이 356억달러(약 40조5000억원)에 달해 ‘역사상 가장 비싼 이혼’으로 기록됐다. 이혼 후 재산분할이 아마존에 대한 베이조스의 경영권엔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세계 4위 여성 부호 등극

매켄지는 4일(현지시간) 이같은 합의 사실을 트위터로 알렸다. 매켄지는 베이조스가 소유한 워싱턴포스트(WP)와 우주 탐사업체 블루오리진에 대한 자신의 권리는 모두 베이조스에게 ‘기꺼이’ 넘긴다고 밝혔다. 또 베이조스가 자신이 보유한 아마존 지분의 75%와 매켄지가 보유하게 되는 지분의 의결권을 가지게 된다고 밝혔다. 매켄지는 “이 굉장한 회사 팀들과 그(베이조스)의 지속적인 기여를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다만 부부가 소유한 주택 등 다른 자산 분할은 어떻게 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메켄지는 베이조스와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에 이어 아마존의 3대 주주가 된다. 로레알 창업자의 손녀인 프랑수아즈 베탕쿠르-메이예로, 월마트 창업자의 딸 앨리스 월턴, 초콜릿 회사 마스그룹의 상속녀 재클린 마스에 이어 여성 가운데 세계에서 4번째로 재산이 많은 부호로 등극했다.

베이조스는 세계 1위 부호 자리를 유지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이날 베이조스의 순자산은 11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는 매켄지의 트윗을 리트윗하며 “합의 과정에서 그녀(매켄지)가 보여준 지지와 친절에 감사한다“며 “친구로서, 공동양육자로서 새로운 관계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매켄지는 이달 처음으로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고, 그의 계정엔 이번 합의 사실을 알리는 트윗이 유일하게 올라와 있다. 이들 부부는 시장의 우려를 의식한 듯 ‘원만한 합의’를 강조하는 분위기란 관측이다.

아마존 경영권엔 영향 없을듯

베이조스와 매켄지의 합의에 대해 이혼 발표 직후 아마존의 의결권과 관련해 제시됐던 투자자들의 우려를 제거하게 됐다고 미 CNBC방송은 평가했다. 이번 합의로 베이조스는 아마존의 최대 주주로 남았다. 매켄지가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매각할 땐 공개 시장에 팔지 않고, 매수자에 직접 양도해야 한다. 또 매수자는 사들이는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의결권은 여전히 베이조스가 갖는다는 데 동의해야 한다.

베이조스 부부가 지난 1월 9일 트위터를 통해 결혼한지 25년 만에 헤어지기로 했다고 선언했을 때부터 재산분할에 관심이 쏠렸다. 부부가 살고 있는 미국 워싱턴 주법은 이혼할 때 결혼 이후 형성한 재산을 똑같이 나누는 부부공동재산(community property) 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닷컴 창업 1년 전에 결혼했기 때문에 베이조스가 보유한 아마존 주식을 절반으로 나눠야 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부부는 헤지펀드 디이쇼에서 면접위원과 지원자로 처음 만나 1993년 결혼했다. 베이조스는 이듬해인 1994년 아마존닷컴을 설립했다. 창업을 위해 뉴욕에서 시애틀로 이동하는 동안 매켄지가 운전하고 베이조스는 노트북으로 사업계획을 작성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매켄지는 창업 초기 도서 주문과 출하, 회계 등을 담당했다. 프린스턴대 동문인 부부는 2011년 1500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엔 20억달러 규모의 자선기금인 데이원펀드를 공동 조성했다. 부부는 네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매켄지는 현재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