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03일 11:32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KG그룹·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이하 KG컨소시엄)이 동부제철을 인수한다. 2014년 워크아웃에 들어간지 5년만에 동부제철이 새주인을 찾으면서 오랜 경영난에서 벗어날지 관심이 쏠린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부제철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와 KDB산업은행(산은)은 동부제철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KG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최대주주인 산은(지분 39.17%)를 비롯해 농협은행(14.90%), 한국수출입은행(13.58%), KEB하나은행(8.55%), 신한은행(8.51%)등으로 구성된 동부제철 채권단은 이날 채권단 전체 회의를 열어 KG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전망이다.

채권단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진행된 동부제철 본입찰엔 KG컨소시엄이 단독 입찰한 것으로 전해진다. 예비입찰엔 웰투시인베스트먼트, 화이트웨일그룹(WWG)등 사모펀드 운용사(PEF)가 참여했지만 본입찰엔 빠지면서 사실상 일대일 협상이 이뤄졌다. 매각 측은 당초 본입찰 후 1~2주 이내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동부제철의 실적전망치 하회, 관리종목 지정 등 악재가 발생하며 일정이 한 달 가량 지체됐다. 양측은 인수가격과 인수 후 경영정상화 방안 등을 두고 실무 협상을 진행해왔다.

KG그룹은 동부제철이 매물로 나오기 전부터 사업성 검토를 하는 등 동부제철 인수를 준비해왔다. 국내 최초 비료회사인 경기화학(현 KG케미칼)에서 출발한 KG그룹은 이니시스(현 KG이니시스), KFC코리아 등을 인수해 전자지불결제대행업, 프랜차이즈 요식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그 외에도 KG모빌리언스, KG 씨에스에너지, KG ETS, 이데일리 등을 거느리고 있다.

캑터스PE는 스틱인베스트먼트에서 부대표를 지낸 정한설 대표가 지난해 7월 설립한 신생 PEF다. 정 대표는 국내 굴지의 세컨더리(secondary), 구조조정 거래 전문가로 꼽힌다. 정 대표는 2013년 동부그룹이 위기에 빠졌을 때 원익, 큐캐피탈과 함께 동부팜한농을 인수해 2015년 LG화학에 성공적으로 매각한 바 있다.

두 회사는 정 대표가 캑터스PE를 세울 때 KG그룹이 출자자로 나서면서 ‘동맹’관계를 맺었다. 캑터스PE는 KG그룹이 출자한 LB인베스트먼트가 인수한 뒤 KG계열사를 주요 임차인으로 두고 있는 KG타워(옛 에이스타워)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캑터스PE와 KG그룹은 동부제철 뿐 아니라 유진PE가 매물로 내놓은 한국자산평가 인수전에도 함께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하고 있다.

동부제철 매각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경영권을 이전하는 방식이다. 동부제철의 총주식수는 약 2739만주, 시가 총액은 약 2200억원 수준이다. KG그룹은 지분 50%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 약 2750만주 가량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당초 인수금액은 5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됐지만 구체적인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인수로 KG컨소시엄은 당진공장의 열연, 냉연 사업과 인천공장(동부인천스틸)의 컬러강판 등 기타 철강제품 사업 전체를 인수하게 된다. 연 매출 2조5000억원 수준인 동부제철은 매출 기준으로 포스코, 현대제철, 세아그룹, 동국제강에 이은 국내 철강 업계 5위 업체다. 연간 300만t의 열연을 생산할 수 있는 전기로를 비롯해 180만t의 냉연 생산 설비를 갖춘 충남 당진공장과 컬러강판, 형강 등 고부가가치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인천공장 등을 갖고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