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저비용항공사(LCC)가 줄줄이 파산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5개 LCC가 문을 닫은 데 이어 28일(현지시간)에는 아이슬란드 와우항공이 갑작스레 파산을 선언했다. LCC 간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항공유, 인건비, 항공기 임대료 등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와우항공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영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호주 ABC방송 등은 이 회사가 채권자들과 막판까지 협상을 벌였으나 틀어지자 결국 파산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유럽, 북미 등으로 떠나기 위해 항공권을 예약한 승객 2700명의 운항이 이날 갑자기 취소돼 혼란이 빚어졌다.

영국 BBC방송은 “탑승 15분 전까지 비행기가 뜰 것이라며 피자를 주다가 갑자기 영업을 중단할 테니 집에 돌아가라고 통보한 와우항공에 대한 승객들의 불만이 쏟아졌다”고 보도했다. 독일 LCC 게르마니아와 영국 지역항공사 플라이비엠아이도 지난달 파산을 신청했다. 지난해에는 라트비아의 프리메라에어, 독일의 아주르에어, 스위스의 스카이워크 등 5개 LCC가 파산했다.

LCC가 줄줄이 파산하는 이유는 늘어나는 운영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서다. 2016년 3월 배럴당 38달러였던 항공유 가격은 올해 3월 67달러로 76% 상승했다. LCC가 많아지면서 항공기 임대료가 오르고, 인건비가 높아진 점도 영향을 끼쳤다. 반면 LCC 운항 좌석 수가 2년 새 16.5% 증가하는 등 공급이 계속 늘어난 탓에 항공권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와우항공은 이 같은 이유로 지난해 1~3분기 3370만달러(약 380억원)의 손실을 냈다. 비용 절감을 위해 20대까지 운영했던 항공기를 11대로 줄였다. 그럼에도 재정난이 심화하자 와우항공은 지난 6개월간 아이슬란드항공 등과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