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의존도를 낮추겠다’며 경제 개혁을 추진한 지 3년 만에 곳곳에서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전기료와 연료비가 오른 데다 지난해 5% 세율의 부가가치세까지 도입되면서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여기에 사우디 정부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자국민 우대 정책을 펴면서 외국인 노동자 유출까지 가속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석유 의존형 경제에서 벗어나려는 사우디 정부의 노력이 기업들엔 큰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2016년 경제 체질을 바꾸겠다며 ‘비전 2030’ 개혁안을 내놨다. 이 방안엔 비석유 부문 국가 수입을 2020년까지 세 배로 늘리고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민간 비중을 65%로 끌어올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빈살만 왕세자는 민간 부문에서 12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2020년까지 실업률을 한 자리 숫자로 낮추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우디 경제는 개혁이 속도를 낼수록 비틀거리고 있다. 지난해 사우디 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휘발유 가격을 두 배, 전기 요금은 최대 세 배가량 올리면서 국민들은 물론 기업들도 비용 증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부터 부가세 5%가 도입된 뒤 소매업체들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

사우디 민간 노동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외국인들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도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빈살만 왕세자는 자국인 노동 비중을 높이겠다며 외국인 거주자에 대해 월 26.70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했다. 내년엔 수수료를 106달러까지 올릴 계획이다. WSJ는 “수수료 부과 이후 100만 명의 노동자가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소비가 침체되면서 지난 1월부터는 경제 전반에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까지 나타나고 있다. 사우디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2% 떨어졌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