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발적인 개선 움직임도…"주주제안 활성화 긍정적"
주주 행동주의 기세 꺾이나…주주제안 부결 잇따라
올해 정기주주총회 시즌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내놓은 주주제안 안건이 잇따라 부결되고 있다.

이번 주총 시즌의 최대 화두로 주목받은 주주 행동주의(주주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활동)가 일단은 외형적으로 특별한 성과를 못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정기주총에서는 엘리엇이 제안한 총 8조3천억원 규모의 현금배당 및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 안건이 모두 부결됐고 두 회사의 이사회 측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현대차그룹이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을 상대로 '완승'을 거둔 셈이다.

세이브존I&C 주총에서도 상정된 현금배당 및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등 주주제안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해당 안건은 역시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홀드코자산운용이 낸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제비스코에 현금배당과 사외이사 선임을 제안한 미국 헤지펀드 SC아시안오퍼튜니티 역시 고배를 마셨다.

게다가 오는 29일 주총에서 한진칼과 표 대결을 벌일 계획이던 국내 행동주의 펀드 KCGI는 상법상 주주제안 자격을 인정받지 못해 아예 주총에 안건조차 상정하지 못하게 됐다.
주주 행동주의 기세 꺾이나…주주제안 부결 잇따라
이처럼 주주 행동주의는 올해 주총 시즌에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주주 행동주의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이번 주총 시즌에서 주주제안이 부결됐다는 사실보다는 예전과 비교해 주주제안이 활성화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주제안의 내용도 예전에는 무리한 배당 확대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정관 변경 등 기업 지배구조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면서 "이런 주주제안이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장기적으로 보면 주주가치 제고나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올해 주총 시즌에 주주 행동주의가 대두된 가운데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경향도 보였다.

SK와 BGF리테일, 오리온 등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주총에 올렸고 자산 총액 2조원 미만으로 감사위원회 도입 의무가 없는 농우바이오, 원익IPS, 한미사이언스 등은 감사위원회 설치를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했다.

한진그룹도 KCGI의 주주제안 내용을 일부 받아들여 사외이사를 확대하고 유휴자산을 매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그룹 중장기 비전 및 한진칼 경영발전 방안'을 지난달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사실상 KCGI가 이미 일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면서 "KCGI 안을 한진그룹 경영진이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진그룹의 중장기 비전은 현 경영진이 KCGI 측 제안에 대응해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주 지지를 얻기 위한 KCGI와 경영진의 경쟁은 주주가치를 향상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