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미·북 정상회담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과의 핵협상에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통일전선부장)을 내세웠다. 김영철은 인민군 정찰총국을 이끌던 대남 매파이자 군부의 대표 격인 인물이다. 김영철이 비핵화 협상을 주도하게 해 핵·경제 병진 노선 철회에 따른 군부의 반발을 무마하려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선희가 기자회견에서 “군부가 핵 포기는 절대 안 된다는 청원을 김정은 위원장한테 수천 건 보냈다”고 언급한 부분도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미 비난 성명을 내면서 외무성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를 두 가지로 꼽았다. 우선 김영철을 대미 협상 창구로 남겨두려는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나머지 하나는 북한 내부의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이와 관련, 지난 12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하노이 회담 결렬로) 군부에 반대를 위한 명분이 주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완전한 비핵화에 관한 ‘북한의 계산법’도 이런 관점에서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용호의 하노이 심야 회견 발언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 군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이용호는 “우리가 비핵화 조치를 취해나가는 데서 보다 중요한 문제는 안전 담보지만 미국이 아직은 군사 분야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 보고 부분적 제재 해제를 상응 조치로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 분야 조치’란 주한미군 철수·전략자산 반입 금지와 북한 핵무기·시설 신고의 맞교환을 의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