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엄마 돌봄교실에 벽이 없어요"라고 말한 것이다.
교실에 벽이 없다는 걸 이해하지 못한 A씨는 최근 이 초등학교 내 돌봄교실을 찾아가 살펴본 뒤에야 아들의 답변을 이해했다.
이 초등학교 3층 복도 한 귀퉁이에 마련된 돌봄교실은 상당 부분 벽이 뚫려 있는 휴게실 형태로 설치돼 있었다.
더욱이 냉·난방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춥거나 더운 날씨에는 어른들도 오랜 시간 머물기 힘들어 보였다.
공기정화시설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
이런 탓에 이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이 학교 학생 10여명은 이 시설은 이용하지 못하고 학교 건물 2층에 있는 상담실과 빈 교실을 전전하고 있었다.
A씨는 15일 "초봄에는 날씨가 추워서 집에서도 난방기구를 사용하는 데 아이들이 방과 후 수 시간 동안 머무는 돌봄교실이 왜 이렇게 열악한 환경으로 설치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인근 다른 초등학교는 다 기존 교실을 리모델링해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데 이 학교만 왜 이런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돌봄교실은 전담 교사가 방과 후 별도로 마련된 교실에서 초등학생들을 보호하고 돌보는 교육사업으로 맞벌이 가정·저소득층·한부모가정의 자녀를 위해 마련됐다.
애초 초등학교 1∼2학년 학생 중심으로 운영됐지만 교육 당국의 방침에 따라 2015년부터 초등학교 전 학년으로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이 초등학교는 지난해까지 1∼2학년을 대상으로 돌봄교실을 운영했으며 올해에는 3∼4학년까지 대상을 확대, 이달 10일부터 돌봄교실 운영을 시작했다.
앞서 인천시교육청은 올해 이 초등학교를 포함한 관내 모든 초등학교에 돌봄교실 설치비용으로 3천만원(돌봄교실 1개 기준)을 지원했다.
더불어 돌봄교실 설치 시 반드시 난방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매뉴얼(시설계획서)을 함께 보냈다.
그러나 이 초등학교는 매뉴얼을 지키지 않고 지원금을 사용해 벽도 없는 교실을 만들었다.
학교측은 돌봄교실을 휴게공간으로 함께 사용하려고 이렇게 설치했다며 벽이 없는 부분은 우선 신발장으로 막아보겠다고 학부모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돌봄교실 지원금은 난방시설 등 학생들이 방과 후 보호받을 수 있는 시설을 갖추라고 지급된 예산"이라며 "이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한 뒤 내부적으로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