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 삼진어묵 대표 "몰랐던 소비자 알아가며 어묵 新시장 개척했죠"
“소비자로부터 많은 것을 배웁니다. ‘어묵 베이커리’는 몰랐던 소비자들을 알아가며 커진 겁니다.”

박용준 삼진어묵 대표(사진)는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어묵 베이커리’ 매장의 성공 요인을 묻자 소비자에게 공을 돌리며 이렇게 말했다. 삼진어묵은 박 대표가 2013년 말 처음 선보인 베이커리형 어묵 매장으로 어묵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1953년 고(故) 박재덕 창업주가 설립한 이 회사는 현존하는 어묵 제조업체 중 가장 오래됐다. 뉴욕시립대(회계학과)를 졸업한 미국 유학파 출신인 박 대표는 2대 박종수 회장에 이어 2011년부터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그는 경영을 맡자마자 ‘부산어묵’이란 브랜드로 제조만 하던 사업 영역을 유통·판매로 넓혔다.

“처음 시작한 건 판매처를 확대하는 일이었습니다. 전통시장과 대리점을 돌아다녔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직접 소비자에게 다가가자고 결심한 계기였죠.”

박 대표는 2012년 ‘어묵 1번가’란 이름의 사이트를 열었다. 어묵을 소포장 단위로 묶어 온라인에서 판매했다. 그해 말 같은 이름의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온라인 물품을 그대로 오프라인으로 옮겨왔다. 하지만 판매 부진을 겪고 6개월 만에 모든 매장을 철수했다. 그는 절치부심하며 소비자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상품 구성과 곧바로 만든 따끈한 어묵을 원했어요. 조리 과정을 직접 보는 걸 선호한다는 점도 깨달았죠.”

박 대표는 2013년 12월 ‘삼진어묵’이란 이름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매장 안에 오픈키친 형태의 어묵 조리 공간을 만들고 어묵크로켓·단호박어묵·치즈말이어묵·베이컨말이어묵 등 갓 튀긴 다양한 어묵을 빵처럼 진열해 팔았다.

“제조만 해오다 보니 소비자를 몰랐던 거죠. 이제 소비자 반응을 경영에 반영합니다. ‘베이커리형 어묵’이라는 이름도 소비자들로부터 왔어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베이커리형 어묵’이라는 표현이 많이 나왔고, 저희가 이것을 가져다 쓴 거죠.”

새로운 콘셉트의 매장은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 부산 두 곳에서 시작한 매장 수는 해외 7개 매장을 포함해 모두 28개 점으로 늘어났다. 2013년 82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920억원으로 5년 만에 10배 이상 늘었다. 국내 중소 어묵업체 중 가장 많은 매출이다.

그는 “아직도 성장할 여지가 많다”며 “나트륨을 줄이고, 튀기지 않은 건강한 어묵을 만들어 시장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2017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필리핀에 매장을 연 데 이어 오는 9월엔 홍콩에 매장을 낸다. 태국과 베트남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박 대표는 “어묵 문화에 익숙한 동남아시아 국가부터 공략한 뒤 일본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을 노리겠다”고 강조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