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브랜드도 두 손든 중국서 '빵빵'한 성장…가맹점 수, 직영점 앞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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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SPC그룹
지구촌 입맛 잡은 파리바게뜨
지구촌 입맛 잡은 파리바게뜨
“빵을 파는 경영자는 경영뿐만 아니라 기술도 알아야 한다.”
1981년 당시 삼립식품에서 경영 수업을 받던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이같이 말하며 돌연 유학길에 올랐다. 대표에 취임한 지 7개월, 그의 나이 32세였다. 미국제빵학교(AIB)에 입학해 1년6개월간 밀가루 반죽법부터 빵 굽는 법까지 배웠다.
유학에서 돌아온 허 회장은 샤니의 경영을 맡았고, 1986년 서울 반포동에 정통 프랑스 고급 빵을 굽는 파리크라상을 냈다. 1988년 광화문에 가맹점으로 파리바게뜨 1호점도 열었다. 당시 OO당, OO제과 등의 일반적인 점포명 대신 ‘파리바게뜨’라는 이름을 고집한 건 “빵의 본고장인 유럽의 정통 스타일로 하겠다”는 허 회장의 결단이었다. 우리 기술로 만든 최고의 빵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장기적인 비전도 담겼다.
파리바게뜨 1호점 이후 16년 만인 2004년, SPC그룹은 세계 8개국에 ‘파리바게뜨’를 상표 등록했다. 그해 중국 상하이에 첫 점포를 냈다. 이듬해 미국에 진출한 데 이어 베트남 싱가포르 프랑스 등에 진출해 현재 해외에 400여 개의 파리바게뜨 매장을 운영 중이다. 1988년 파리바게뜨로 ‘제2의 창업’
파리크라상 1호점을 낸 지 10년 만인 1996년, 허 회장이 운영하던 샤니는 빵 매출 기준 업계 1위로 도약했다. 2002년엔 법정관리에 들어간 삼립식품을 인수, 삼립식품과 샤니의 ‘S’, 파리바게뜨의 ‘P’, 그외 계열사 ‘C(company)’를 따 SPC그룹을 출범했다. 파리바게뜨는 SPC그룹이 글로벌 브랜드로 다시 태어나는 초석이 됐다. SPC그룹이 1988년을 ‘제2의 창업’ 시기로 부르는 이유다.
SPC그룹의 해외 진출 전략은 다른 기업과 다르다. 보통 식품기업은 한인 사회 위주로 진출해 인지도를 높이다가 현지 주류 시장까지 들어간다. SPC그룹은 대도시와 핵심상권을 초기부터 공략했다. 이를 위해 수년에 걸친 사전 시장조사를 했다.
미국에 1호점을 내기 3년 전 현지 법인을 설립했고, 프랑스에서도 2006년 법인을 설립한 지 8년 만에 1호점을 냈다. 중국에서는 2대 도시인 상하이와 베이징부터 들어갔다. 미국에서도 서부의 로스앤젤레스(LA)와 동부의 뉴욕을 거점으로 삼았고, 2013년부터는 뉴욕 핵심 상권인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40번가에 매장을 출점하기도 했다. 이어 맨해튼에만 8개 점포를 연달아 열었고, 라스베이거스에도 진출했다.
미국 진출 11년 만인 2015년에는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본격적인 가맹사업도 시작했다.
빵 본고장 파리서 승부 통했다
파리바게뜨가 글로벌 베이커리 브랜드로 또 한 번 도약한 시기는 2014년이다. 국내 최초로 빵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에 진출했다. 세계 최고의 제빵 국가인 프랑스는 미국 일본 등 제빵 선진국도 발을 들이지 못한 곳이었다. 한국 베이커리 브랜드가 파리의 중심가인 샤틀레에 1호점을, 다음해 오페라 지역에 2호점을 내면서 현지 언론들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파리의 점포에는 하루평균 600~700명이 다녀가고, 점심시간 전후에는 긴 줄을 서는 명소가 됐다.
SPC그룹의 프랑스 진출은 20여 년 전부터 계획됐다. 허 회장은 한국에 파리바게뜨 법인을 세운 지 10년 만인 1998년 프랑스 릴에 현지 사무소를 설립하고, 밀과 기계를 수입하며 시장을 두드렸다. “배우기만 하던 나라에 가서 우리 빵으로 제대로 된 승부를 해야 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파리의 점포들은 매장에서 반죽부터 제조까지 다 하는 고급형 ‘브랑제리’ 형식이다. 준비된 반죽을 사와 굽기만 하는 ‘스낵형 매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프랑스 유기농 인증도 유지하고 있고, 올해 북서부 노르망디 지역에 빵(휴면 반죽) 공장도 세운다. 3호점 개점도 예정돼 있다.
SPC그룹 관계자는 “소비자 취향에 맞춰 전통적인 프랑스 빵 외에도 계절과 트렌드에 맞는 신제품을 개발한 전략이 주효했다”며 “바게트 크루아상 등 프랑스의 기본 빵 외에도 단팥빵, 소보로빵 등 한국적인 제품이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노르망디 빵 공장이 완공되면 프랑스 제빵업계의 실핏줄까지 파고들 수 있는 인프라가 형성된다. 3500여 개 파리바게뜨 가맹점을 한국에서 운영했던 노하우를 프랑스에도 접목해 향후 유럽시장 확대를 위한 교두보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아시아의 ‘베이커리 왕’으로
파리바게뜨는 짧은 시간에 한국인의 빵 입맛을 고급화, 다양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명성은 아시아 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최근 가맹점 수가 직영점 수를 앞지를 정도로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의 파리바게뜨 첫 매장은 2004년 상하이 구베이점에서 시작됐지만 SPC그룹은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 진출을 준비해왔다. 또 2008년 베이징올림픽, HSBC국제골프대회, F-1경기대회 등 대형 행사 파트너로 참여하고 신뢰·품질·서비스가 우수한 기업에 주는 ‘AAA브랜드’상 등을 받으며 현지 인지도를 높여왔다.
빵 종주국인 프랑스 유명 브랜드들도 철수한 중국 시장에서 파리바게뜨는 베이커리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중국의 베이커리 시장은 지난 5년간 연 30%씩 성장 중이다. 파리바게뜨는 신제품의 40% 이상을 중국 소비자를 겨냥한 현지화 제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중국 2대 도시인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시작된 중국의 파리바게뜨 돌풍은 난징, 다롄, 톈진 등 주요 연안 도시와 쓰촨성 청두 등 내륙까지 확대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향후 동북 3성과 화서, 화남 지역까지 진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톈진 공장을 완공하면 가맹사업은 더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베트남에는 2012년 3월 호찌민에 글로벌 100호점인 ‘베트남 까오탕점’을 열고 현재 1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싱가포르에도 같은 해 9월 진출했고,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4개 매장 등 총 11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1981년 당시 삼립식품에서 경영 수업을 받던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이같이 말하며 돌연 유학길에 올랐다. 대표에 취임한 지 7개월, 그의 나이 32세였다. 미국제빵학교(AIB)에 입학해 1년6개월간 밀가루 반죽법부터 빵 굽는 법까지 배웠다.
유학에서 돌아온 허 회장은 샤니의 경영을 맡았고, 1986년 서울 반포동에 정통 프랑스 고급 빵을 굽는 파리크라상을 냈다. 1988년 광화문에 가맹점으로 파리바게뜨 1호점도 열었다. 당시 OO당, OO제과 등의 일반적인 점포명 대신 ‘파리바게뜨’라는 이름을 고집한 건 “빵의 본고장인 유럽의 정통 스타일로 하겠다”는 허 회장의 결단이었다. 우리 기술로 만든 최고의 빵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장기적인 비전도 담겼다.
파리바게뜨 1호점 이후 16년 만인 2004년, SPC그룹은 세계 8개국에 ‘파리바게뜨’를 상표 등록했다. 그해 중국 상하이에 첫 점포를 냈다. 이듬해 미국에 진출한 데 이어 베트남 싱가포르 프랑스 등에 진출해 현재 해외에 400여 개의 파리바게뜨 매장을 운영 중이다. 1988년 파리바게뜨로 ‘제2의 창업’
파리크라상 1호점을 낸 지 10년 만인 1996년, 허 회장이 운영하던 샤니는 빵 매출 기준 업계 1위로 도약했다. 2002년엔 법정관리에 들어간 삼립식품을 인수, 삼립식품과 샤니의 ‘S’, 파리바게뜨의 ‘P’, 그외 계열사 ‘C(company)’를 따 SPC그룹을 출범했다. 파리바게뜨는 SPC그룹이 글로벌 브랜드로 다시 태어나는 초석이 됐다. SPC그룹이 1988년을 ‘제2의 창업’ 시기로 부르는 이유다.
SPC그룹의 해외 진출 전략은 다른 기업과 다르다. 보통 식품기업은 한인 사회 위주로 진출해 인지도를 높이다가 현지 주류 시장까지 들어간다. SPC그룹은 대도시와 핵심상권을 초기부터 공략했다. 이를 위해 수년에 걸친 사전 시장조사를 했다.
미국에 1호점을 내기 3년 전 현지 법인을 설립했고, 프랑스에서도 2006년 법인을 설립한 지 8년 만에 1호점을 냈다. 중국에서는 2대 도시인 상하이와 베이징부터 들어갔다. 미국에서도 서부의 로스앤젤레스(LA)와 동부의 뉴욕을 거점으로 삼았고, 2013년부터는 뉴욕 핵심 상권인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40번가에 매장을 출점하기도 했다. 이어 맨해튼에만 8개 점포를 연달아 열었고, 라스베이거스에도 진출했다.
미국 진출 11년 만인 2015년에는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본격적인 가맹사업도 시작했다.
빵 본고장 파리서 승부 통했다
파리바게뜨가 글로벌 베이커리 브랜드로 또 한 번 도약한 시기는 2014년이다. 국내 최초로 빵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에 진출했다. 세계 최고의 제빵 국가인 프랑스는 미국 일본 등 제빵 선진국도 발을 들이지 못한 곳이었다. 한국 베이커리 브랜드가 파리의 중심가인 샤틀레에 1호점을, 다음해 오페라 지역에 2호점을 내면서 현지 언론들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파리의 점포에는 하루평균 600~700명이 다녀가고, 점심시간 전후에는 긴 줄을 서는 명소가 됐다.
SPC그룹의 프랑스 진출은 20여 년 전부터 계획됐다. 허 회장은 한국에 파리바게뜨 법인을 세운 지 10년 만인 1998년 프랑스 릴에 현지 사무소를 설립하고, 밀과 기계를 수입하며 시장을 두드렸다. “배우기만 하던 나라에 가서 우리 빵으로 제대로 된 승부를 해야 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파리의 점포들은 매장에서 반죽부터 제조까지 다 하는 고급형 ‘브랑제리’ 형식이다. 준비된 반죽을 사와 굽기만 하는 ‘스낵형 매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프랑스 유기농 인증도 유지하고 있고, 올해 북서부 노르망디 지역에 빵(휴면 반죽) 공장도 세운다. 3호점 개점도 예정돼 있다.
SPC그룹 관계자는 “소비자 취향에 맞춰 전통적인 프랑스 빵 외에도 계절과 트렌드에 맞는 신제품을 개발한 전략이 주효했다”며 “바게트 크루아상 등 프랑스의 기본 빵 외에도 단팥빵, 소보로빵 등 한국적인 제품이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노르망디 빵 공장이 완공되면 프랑스 제빵업계의 실핏줄까지 파고들 수 있는 인프라가 형성된다. 3500여 개 파리바게뜨 가맹점을 한국에서 운영했던 노하우를 프랑스에도 접목해 향후 유럽시장 확대를 위한 교두보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아시아의 ‘베이커리 왕’으로
파리바게뜨는 짧은 시간에 한국인의 빵 입맛을 고급화, 다양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명성은 아시아 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최근 가맹점 수가 직영점 수를 앞지를 정도로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의 파리바게뜨 첫 매장은 2004년 상하이 구베이점에서 시작됐지만 SPC그룹은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 진출을 준비해왔다. 또 2008년 베이징올림픽, HSBC국제골프대회, F-1경기대회 등 대형 행사 파트너로 참여하고 신뢰·품질·서비스가 우수한 기업에 주는 ‘AAA브랜드’상 등을 받으며 현지 인지도를 높여왔다.
빵 종주국인 프랑스 유명 브랜드들도 철수한 중국 시장에서 파리바게뜨는 베이커리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중국의 베이커리 시장은 지난 5년간 연 30%씩 성장 중이다. 파리바게뜨는 신제품의 40% 이상을 중국 소비자를 겨냥한 현지화 제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중국 2대 도시인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시작된 중국의 파리바게뜨 돌풍은 난징, 다롄, 톈진 등 주요 연안 도시와 쓰촨성 청두 등 내륙까지 확대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향후 동북 3성과 화서, 화남 지역까지 진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톈진 공장을 완공하면 가맹사업은 더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베트남에는 2012년 3월 호찌민에 글로벌 100호점인 ‘베트남 까오탕점’을 열고 현재 1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싱가포르에도 같은 해 9월 진출했고,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4개 매장 등 총 11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