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장 "지금 모습은 공멸의 정치이지 상생의 정치 아냐" 탄식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열린 12일 국회 본회의장은 여야 의원들의 고성과 몸싸움으로 뒤덮였다.
나 원내대표가 거친 표현을 동원, 문재인정부의 경제·외교안보 정책 등 국정 전반을 비판한 데서 비롯됐다.
당장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석에서는 나 원내대표를 향한 삿대질과 고성이 쏟아져 나왔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문재인정권의 경제정책은 위헌", "대한민국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 "가짜 비핵화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을 이어갔다.
여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에 연설은 30분가량 중단됐다가 이어가기를 반복했고, 본회의장 연설대에서 선 나 원내대표의 목소리는 여야 의원들의 고성과 아우성에 묻혔다.
연설이 3분여간 중단되기도 했다.
특히 나 원내대표가 "더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하자, 민주당 의석에서는 "어떻게 대통령을 수석대변인이라고", "그만해", "제발 표현 좀 가려 하십시오" 등 항의가 일제히 터져 나왔다. 이에 나 원내대표는 "외신 보도의 내용이다.
잘못을 시인하는 용기가 필요한 때"라며 "경제와 안보라는 국가의 축이 흔들리는 동안 문재인정부는 오로지 적폐청산에만 집착했다"며 날 선 비판을 거두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그만 하세요"(민주당 이철희 의원), "연설을 방해하는 경우가 어디에 있습니까"(한국당 정양석 의원) 등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간 언쟁도 벌어졌다.
급기야 여야 의원들 간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이철희 원내수석부대표 등은 국회의장석으로 뛰어가 문희상 의장에게 강력 항의했고,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은 이를 제지했다.
이 과정에서 이철희 의원과 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밀고 당기는 몸싸움을 벌였다.
나 원내대표는 여야 의원들의 고성 속에서 "좀 조용히 해주십시오. 좀 들으세요.
민주당 의원님들 들어주십시오. 하고 싶은 말도 못 하는 이런 의회입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연설을 이어갔다.
나아가 "야당 원내대표의 이야기도 듣지 않는 이런 태도가 이 정권의 오만과 독선을 만들고 있다"며 "여러분은 하고 싶은 말을 정론관 가서 말씀하시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한동안 소란이 계속되자 문 의장은 "조금만 냉정해지자.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우리를 다 지켜보고 있다"며 "여러분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공멸의 정치이지 상생의 정치가 아니다.
아무 발언이나 막 하는 게 아니라 품격과 격조 있게 해야 한다"고 장내 수습에 나섰다.
문 의장은 "저는 '청와대 스피커'란 소리를 듣고도 참았다.
그런데 오늘 비슷한 말이 또 나왔다"며 "아무리 말이 안 되는 소리라도 경청해서 듣고 그 속에서 타산지석으로 배울 것은 배우고, 옳은 소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반성하고 들어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다"라고 거듭 호소했다.
원색적인 언사와 항의, 고성, 몸싸움으로 얼룩진 나 원내대표의 연설은 전날 열린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43분)보다 13분 더 긴 56분 만에야 마무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