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거듭된 불참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합의안(현행 최장 3개월→6개월)은 결국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최종 의결 없이 국회로 넘어간다. 첫 사회적 합의라는 상징성이 무색하게 됐다는 평가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11일 3차 본위원회를 마치고 “청년·여성·비정규직 계층 대표들이 참석하기로 한 약속을 두 번이나 파기했다”며 “일단 논의 경과를 국회에 보내고 4차 본위원회를 열어 다시 의결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4차 본위원회 개최 여지를 남겨두긴 했지만 사실상 국회에 공을 넘긴 것이다. 4차 본위원회 일정은 잡히지 않았고 개최 여부조차 불확실하다.

경사노위 본위원회에선 탄력근로제 합의안과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안, 디지털 전환에 대한 대응방안 등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노동계 중 청년·여성·비정규직을 각각 대표하는 3명의 위원이 회의 개회 6분 전에 갑작스럽게 불참을 통보하면서 의결이 무산됐다.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등 3명은 이날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합의 과정에서 청년·비정규직·여성 등 미조직 근로자들의 의견이 배제됐다”고 불참 사유를 밝혔다. 지난 7일에도 이들 대표 3명은 같은 이유로 회의에 불참해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사회적 대화 보고대회까지 취소됐다.

경사노위 최고 의결기구인 본위원회는 노(5명)·사(5명)·정(4명)과 공익위원(4명) 등 18명으로 구성됐다. 노·사·정 위원이 각각 절반 이상 출석해야 의결할 수 있다. 문 위원장은 “(3명의 대표가) 두 번이나 참석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 역시 “최근 행태에 대해 대응 방안을 만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경사노위 의결은 형식적 절차인 만큼 국회는 기존 합의안을 토대로 법 개정에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등 경사노위 의제가 산적한데 매번 노동계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