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에 지난해 순이익의 세 배가 넘는 고배당을 요구했다. 주가 하락으로 인한 투자 손실을 배당으로 빼가겠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모비스 주주에 '毒 사과' 제안한 엘리엇
26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달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배당금 확대, 사외이사 선임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에 대해서는 보통주 기준 배당금 4조5000억원, 현대모비스에 대해서는 2조5000억원을 요구했다. 현대차의 주당 배당금은 회사 측이 제시한 주당 4000원(중간배당 1000원 포함)의 5배가 넘는다. 우선주 배당금(1조3000억원)을 포함하면 배당금 총액은 5조8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지난해 영업이익(2조4222억원)의 2.4배, 순이익(1조6450억원)의 3.5배 규모다.

현대모비스에 요구한 배당금도 지난해 영업이익(2조250억원)의 1.23배 규모다. 엘리엇은 존 리우 전 중국 완다그룹 최고운영책임자 등 3명을 현대차 사외이사 후보로, 로버트 알렌 크루즈 주니어 카르마오토모티브 최고기술경영자 등 2명을 현대모비스 사외이사 후보로 제안했다. 투자은행(IB)업계는 엘리엇이 회사 경영에 간섭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추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엘리엇의 주주제안은 이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공시한 주주총회소집결의를 통해 공개됐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을 각각 3.0%, 2.6%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엘리엇이 두 회사 주식을 들고 있다고 공개한 지난해 4월 이후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만 3400억원에 이른다.

현대차 이사회는 엘리엇의 고배당 요구에 대해 “현금이 대규모로 유출되면 중장기적으로 기업 및 주주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회사가 투자를 늘려야 하는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안건이라 반대한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 이사회도 “일시적으로 배당을 늘려 달라는 엘리엇의 주장은 회사의 미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기업 및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증권가에서는 엘리엇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63.8% 감소한 현대차가 전년과 같은 수준의 배당을 하는 것만 해도 과도하다”며 “엘리엇의 제안은 전형적인 투기자본의 생리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