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 하노이선언’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단계적 비핵화와 조건부 제재 완화가 큰 골격을 이룰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미·북 ‘2차 핵담판’의 성패를 가를 핵심 기준으로 두 가지를 꼽고 있다. 지난해 6월 1차 미·북 정상회담 때 ‘한반도 비핵화’로 표현됐던 비핵화 개념을 핵무기 등 북한 내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한 폐기로 명기할 수 있느냐가 첫 번째다. 핵폐기를 위한 입구와 출구를 못 박은 ‘로드맵’을 도출할 수 있느냐도 관전 포인트다.

“싱가포르보다 나을 것” 기대는 큰데…

‘하노이선언’에 대한 전망은 낙관과 비관이 교차한다. 그럼에도 약 8개월 전 ‘싱가포르선언’보다 진전된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 데엔 크게 이견이 없다. 실무 준비 없이 이뤄진 1차 회담은 만남 자체에 의미를 뒀다. 합의 사항도 △완전한 비핵화 △평화체제 보장 △관계정상화 추진 △유해송환 등 큰 틀을 세우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기초 공사도 없이 ‘4개의 기둥’만 올린 셈이다.

이번엔 두 정상의 만남 직전에 실무·의제협상이 본격 가동됐다는 점에서 싱가포르 때와는 차별화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무현 정부 때 북핵수석대표를 지낸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은 26일 “1차 회담과 달리 오랜 시간 조율했기 때문에 (하노이선언은) 훨씬 더 구체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노이 회담에서 다룰 조항은 12개 내외로 알려져 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11일 워싱턴DC를 방문한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평양 협상’ 결과를 설명하며 “12개 이상의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싱가포르선언 이행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4개 핵심 의제를 구체화할 세부 조항이 하노이선언에 담길 것이란 얘기다.
우라늄 비밀시설 봉인·핵폐기 로드맵…'하노이 성패' 바로미터
‘영변핵+α’에 쏠린 이목

비핵화 부문엔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폐기에 대한 국제 사찰이 명기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문가들이 다른 핵시설에도 적용할 일종의 ‘폐기 로드맵’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북한으로선 ‘셀프 폐기’ 의혹을 불식하고, 비핵화 의지를 증명하는 효과도 있다. 북한 핵개발의 흔적이 담겨 있는 영변핵시설 폐기 역시 합의문에 담길 가능성이 높다. 여기까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작년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공언한 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2·28일 핵담판’에서 ‘플러스알파’를 받아낼 수 있을지가 하노이 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우라늄 농축 핵시설을 공개하고, 봉인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느냐가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이수혁 의원은 “이미 평양선언에 ‘영변과 같은 핵 처리 시설’이란 문구가 있다”며 “이는 다른 핵시설도 폐기할 것임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비핵화 개념을 어떤 식으로 정의하느냐, 영변핵시설에 대한 폐기 과정을 잘게 쪼개지 않고 단번에 결행할 것인지도 관심 대상이다.

美 상응조치 어디까지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선물’도 구체적으로 명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중순 자유한국당 방미단 일원으로 미국을 찾은 강효상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미·북이 상호 연락사무소를 설치할 장소까지 거론하고 있다고 한다”며 “북한은 이미 두 차례 워싱턴DC에 와서 자리를 물색했고 미국은 평양에 있는 독일대사관 자리를 활용하겠다고 북한에 제의했다”고 말했다.

전날 청와대가 “북·미만의 종전선언이 나올 수 있다”고 한 만큼 미·북 관계 정상화를 위한 파격적인 문구가 하노이선언에 담길 가능성도 높다. 강 의원은 “평화선언의 형식을 띠되 종전선언 효과를 거두는 변칙적인 선언문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북경협을 재개할 근거 조항을 넣을지도 하노이 회담에서 결판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은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와 함께 중국산 원유 수입의 제재 완화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