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재단은 경북대 채권석 교수 연구팀이 인간의 자기 감각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는 한경대 김수찬 교수와 함께 진행했다.
지구는 형성 초기부터 하나의 자석처럼 자기장을 형성하고 있다.
세균부터 포유류까지 50여 종의 생명체가 이 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동물의 경우 자기감각(magnetoreception)은 오감에 이은 제 6감각(the sixth sense)으로 인식되고 있다.
철새가 계절에 따라 방향을 바꿔 이동하거나, 꿀벌이나 개미가 자신의 위치와 방향을 파악하는 게 그 좋은 사례다.
인간의 자기감각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많지 않았다.
1980년대 영국 맨체스터 대학생들이 안대를 하고서 50㎞가량 버스를 타고 움직인 후 학교 방향을 가리켜 보는 소위 `맨체스터 실험` 정도가 잘 알려졌다.
연구팀은 `인간이 지구자기를 느낄 수 있으며, 이 자기감각은 기능적으로 생존과 관련돼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중맹검(double-blind test) 실험을 했다.
20∼33세의 정상인 남·여 각각 20명을 대상으로 정상적으로 식사한 상태와 18시간 금식한 상태의 조건을 설정했다.
이후 개인별로 실험용 회전의자에 앉아 동서남북 네 방향 중 무작위로 설정된 지구자기장 북쪽(자북)을 찾는 실험을 반복적으로 했다.
실험 중 초콜릿 과자를 먹는 경우와 먹지 않는 경우로 나눴다.
피실험자는 양 눈을 감고 귀마개를 착용하는 등 시청각을 차단했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회전의자에 앉아서 돌다가 자북 방향이라고 생각되는 곳에서 멈추도록 요청했다.
그 결과 금식 후 음식을 먹은 남자(혈당 상승)가 무작위 방향으로 변경된 자북을 잘 찾아냈다.
금식하지 않고 평소처럼 식사한 경우에는 남녀 모두 자북을 찾지 못했다.
특히 파란색 빛이 있을 때 자기감각이 가동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식한 남자가 눈을 감고 있을 때는 자북 방향을 찾았지만, 아예 안대를 쓰거나 파란색 빛이 제외되는 특수 안경을 썼을 때는 헤맸다.
연구결과를 요약하면 인간(남자) 자기감각이 존재한다는 것, 파란색 빛에 의존한다는 것, 복각 나침반 특성(지구자기를 느끼는 생명체에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두 종류의 자기감각 나침반 중 하나), 눈이 자기수용 기관이라는 것 등을 알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로 미뤄볼 때 크립토크롬 단백질이 인간 자기감각 수용체일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
크립토크롬은 동물 눈 망막에 발현하는 단백질 중 하나다. 파란색 빛을 흡수해 복각 나침반 특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석 교수는 "인간의 자기감각이 존재하는 것과 눈이 자기감각 기관이라는 점을 규명한 연구"라며 "자기감각과 인간 정신활동간 상호작용을 탐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지원으로 수행했다.
성과를 담은 논문은 지난 14일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실렸다.
김주리기자 yuffie5@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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