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설리 SNS
사진 설리 SNS
그룹 에프엑스 출신 설리는 국내 연예인 중 자신의 SNS에 노브라 사진을 자신 있게 게재하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다.

설리가 2017년부터 수차례 노브라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꼭 입어야 하나"라는 의견과 "그래도 여자 아이돌인데"라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최근 뷰티 브랜드와 의류 광고모델 등을 제외하면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설리이기에 잊힐 만하면 이슈를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반면 "유럽에서는 여성이 노브라로 다녀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갑갑한 브라를 안 하는 게 왜 이슈가 돼야 하나", "노브라는 개인의 자유일 뿐이라며 논란거리가 되지 않는다"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이런 가운데 한 여성이 집에서 편안하게 노브라를 했다는 이유로 친구에게 "미친 것 아니냐"라는 지적을 받았다는 사연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20대 중반 여성 A씨는 "평소 집에서 노브라 상태다. 아빠가 있건 없건 가족이니까 신경 쓰지 않는다"라면서 "친구한테 말했더니 '아무리 가족이라도 미친 것 아니냐'라고 비난받았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아빠 앞에서 노브라인 게 비상식적인 일인가"라고 네티즌들의 의견을 구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엇갈렸다.

"아빠는 신경 안 쓴다. 변태 같은 아빠면 몰라도 정상적인 아빠가 그걸 신경 쓰겠나", "집안 분위기에 따라 다르다. 어릴 때부터 자유롭게 하는 모습을 보며 자란 자녀는 그게 아무렇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아빠랑 노브라랑 연결해서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당연히 그냥 노브라였는데"라는 옹호론이 있었던 반면 "집에서 노브라 노팬티로 있지만 도톰한 소재를 입어서 아무도 모르게 한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아빠와 남동생에 대한 예의다", "댓글들 보며 우리 집안이 보수적이라고 생각됐다. 엄마가 항상 브라하고 있어서 나도 그랬고 아빠나 오빠도 집에서 팬티 바람으로 있은 적 없다. 부부 사이에도 부모 자식 간에도 남매 사이에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았다.

여성을 옭아매던 미의 기준이 변화하는 '탈코르셋'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코르셋은 체형을 날씬하게 보이기 위해 가슴에서 엉덩이 위까지 꼭 조여주기 위해 철사를 넣어 만든 옷을 말한다. 세월이 흘러 활동성이 중요해지면서 코르셋은 브래지어의 형태로 대체하게 됐다. 현대에 와서 이 코르셋이라는 단어는 여성에 대한 가부장적 억압을 뜻하게 됐다. 그리고 이런 억압을 스스로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이 탈코르셋 운동이다.

일단 가장 대표적인 것이 브래지어의 미착용이다. 그간 남성에게도 가슴이 있지만 여성에게만 속옷 착용이 강요되어 왔다. 현대판 코르셋인 브래지어는 강한 압박으로 소화불량, 혈액순환 방해, 피부질환 등을 유발해왔다. 심지어 한참 민감한 청소년기, 발육이 빨라 브래지어를 먼저 착용한 여자아이는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노브라가 편한 건 알고 있지만 선뜻 도전하기에 아직까지 사회적 시선이 차갑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와이어가 없는 브래지어가 대세가 됐지만 노브라를 허용하는 문화는 아직 요원하다.

지난해에는 여성의 탈의 사진을 음란물로 규정했다는 이유로 한 여성 단체가 페이스북 한국 본사 앞에서 윗옷을 벗고 시위를 벌였다.

여성의 몸에 대한 억압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로 올린 상의 탈의 사진 때문에 노출이 중단되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남성의 반라 사진은 삭제하지 않고 여성의 사진만 삭제하는 건 납득할 수 없는 차별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결국 하루 만에 페이스북 코리아는 공식 사과와 함께 삭제된 사진을 복원하고 관련 계정에 적용됐던 차단도 해제했다.

규정상 나체 사진은 삭제하지만,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경우 허용하고 있다며, 사회적 흐름에 따라 규정을 계속 개선해 나가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시위에 반대론자들은 "남녀 차이에서 오는 '다름'이 분명 있는데 이것을 부정하는 것처럼 보인다"거나 "남녀가 똑같아야 평등이 아니라 다름을 우선 인정하고 눈높이를 맞추는 게 진정한 평등", "여성의 가슴이 성적으로 보이는 것은 본능 아닌가" 등의 목소리를 냈다.

반면 "여성도 노출의 자유가 있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슴이 가슴인데 어째서 여성만 가려야 하나?",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화하지 말라. 가슴은 그냥 가슴일 뿐"이라며 퍼포먼스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았다.

가정 내에서 노브라를 했다는 이유로 친구에게 비난받아야 했던 A씨의 사연은 이처럼 변해가는 움직임과 보수적인 시선이 충돌을 일으키는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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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