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역전 현상이 5개월째 이어지면서 고정금리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최소 5년간 금리 인상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데다 금리도 변동금리 상품보다 낮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봄 이사철을 맞아 주택 구입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혼합형(5년간 고정금리 적용 후 변동금리 전환)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이자를 아끼는 최적의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변동-고정금리差 갈수록 확대…"3년내 대출 갈아탈 땐 상환수수료 따져봐야"
고정이 변동금리보다 낮은 기현상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에서 주택담보대출을 가장 많이 취급하는 국민은행은 다음주부터 혼합(5년 고정) 금리형 대출 상품의 금리를 연 2.83~4.33%로 적용하기로 했다. 매달 금리가 바뀌는 잔액 기준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금리는 연 3.38~4.88%로 고시했다. 변동금리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5%에 육박한 것이다. 고정형과 변동형 상품의 금리 차이는 최고 금리 기준으로 0.57%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통상 은행에서 취급하는 고정금리는 변동금리보다 높다. 시중금리 움직임을 반영하는 코픽스와 연동되는 변동형과 달리 고정형은 만기가 긴 5년짜리 금융채(AAA)를 기준으로 삼는다. 채권 만기가 길면 금리가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작년 중반부터 코픽스가 기준금리 인상 기대로 오른 반면 금융채 금리는 경기 불확실성으로 떨어지면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간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달 잔액 기준 코픽스는 연 2.01%로, 2015년 8월(연 2.03%) 후 41개월 만에 연 2%대를 돌파했다.

신한은행의 혼합금리형 상품 금리도 연 3.09~4.20%로, 잔액 기준 변동금리(연 3.31~4.66%)보다 낮다. 우리은행도 혼합금리형 상품 금리가 연 3.05~4.05%로, 변동상품 금리(연 3.41~4.41%)를 밑돈다. 주요 은행 중 하나은행의 혼합금리형 상품 금리만 연 3.05~4.25%로, 변동형(연 2.98~4.18%)보다 높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변동금리형 상품 기준을 코픽스가 아니라 금융채 6개월물 금리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절감 이자 대비 중도상환수수료 비교

은행을 찾는 소비자들도 대출이자가 싼 고정금리 상품으로 대거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작년 6월 23.2%였던 고정금리 비중은 작년 말 35.2%로 6개월 만에 12.0%포인트 급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 불확실성이 커져 장기 금리는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코픽스 금리는 상승 요인이 많아 당분간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간 역전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기존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은 고정금리로 갈아타기에 앞서 몇 가지 꼼꼼히 따져볼 것을 전문가들은 권했다. 고강도 대출규제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을 갈아타려면 한도심사를 다시 받아야 해 자칫 거주 지역과 주택 수에 따라 한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대출받은 지 3년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탈 경우 절감되는 이자 대비 내야 하는 중도상환수수료도 꼼꼼히 비교해야 한다. 은행은 대출 후 3년 내 상환이 발생하면 상환액의 1.0%가량을 중도상환수수료로 부과한다. 잔여일수가 짧을수록, 즉 대출 후 경과기간이 길수록 체감 수수료율은 낮아진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