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 화들짝…'짠물배당' 유통·식품업계, 자발적 배당 확대
저배당 기조 때문에 국민연금의 표적이 되고 있는 유통·식품업계가 자발적으로 배당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상홀딩스는 지난 18일 보통주 1주당 190원, 우선주 1주당 200원을 2018년도 배당금으로 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70억원이다. 2017년 보통주와 종류주에 각각 180원과 190원의 결산배당 한 것과 비교하면 10원씩 오른 것이다.

이 기간 대상홀딩스의 당기순이익이 593억원에서 525억원으로 되려 11.4% 감소했음에도 배당은 확대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이 회사 지분 5.96%를 보유한 2대주주다.

대상홀딩스는 그동안 식품업계에서 국민연금의 다음 표적으로 거론돼 왔던 기업 중 하나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상홀딩스는 영업이익이 감소 추세에 있음에도 대표이사 연봉은 반대로 증가하고 있어 국민연금의 가이드라인을 고려할 때 변화의 흐름을 맞을 수 있는 곳"이라며 "기업의 이익과 방향성이 다른 대표이사 연봉은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 침해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식품업계의 자발적 배당 확대 움직임은 현대그린푸드로부터 시작됐다.

국민연금의 '저배당 중점관리기업'이었던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8일 배당액을 전년보다 161% 늘어난 183억원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한 배당금 비율)이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또 2020년까지 배당성향을 13%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배당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회사의 배당정책에 따라 이뤄진 사안으로 국민연금의 주주제안 여부와 관련이 없다"며 "향후 3년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성향을 13% 이상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인 현대리바트도 지난 11일 전년보다 3배 가까이 많은 배당금을 결정했다. 2017년에는 보통주 1주당 100원이었던 배당금을 2018년에는 290원으로 190원이나 올렸다.

현대그린푸드와 함께 국민연금이 '짠물 배당'이라고 지적해온 현대리바트는 2014년 이래 4~5%대 배당성향을 유지해왔지만 2018년에는 이를 14.9%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사조산업도 올해 배당금을 전년보다 대폭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조산업은 2017년 배당성향이 코스피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인 33%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2.2%에 불과해 그동안 국민연금의 최상단 타깃으로 거론돼 왔던 기업이다.

사조산업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유통·식품업계가 이같이 자발적 배당확대에 나선 것은 국민연금이 지난 7일 저배당 블랙리스트에 들어있던 남양유업에 배당관련 정관변경 주주제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다. 남양유업은 최대주주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며 국민연금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을 선언하면서 횡령·배임 등의 불법을 저지른 기업뿐만 아니라 저배당 기업에 대해서도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적극 실천하고 있다. 연초 한진칼에 경영참여를 선언한 데 이어 지난 7일에는 식품기업인 남양유업에 배당 확대를 요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식품업계는 침체된 산업 탓에 저배당 기조를 유지해 왔다"면서도 "국민연금 지분이 있는 기업은 실질적인 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없더라도 자진해 배당성향을 높이는 등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