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ABC
스타트업들이 모이는 ‘만남의 장’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다. 우선 데모데이(demoday)는 초기 단계 기업의 창업자들이 자신의 사업 모델을 프레젠테이션(PT) 형태로 소개하는 자리다. 발표를 잘하면 투자 유치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불꽃 튀는 ‘PT 전쟁’이 벌어진다. 창업 지원기관마다 정기적으로 데모데이 행사를 열고 있는데,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판’이 커지는 추세다. 지난해 스파크랩 데모데이(사진)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널찍한 전시장에서 열렸고, 최태원 SK 회장이 경영 특강을 했다.
블록체인 창업 열풍이 절정에 달했던 작년에는 미트업(meetup) 행사가 쏟아졌다. 미트업의 사전적 의미는 ‘격식 없는 모임’일 뿐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업계에선 가상화폐공개(ICO)에 앞서 여는 투자 설명회를 가리키는 용어로 널리 쓰인다. 미트업에서 솔깃한 얘기가 나오면 가상화폐 시세가 들썩이기도 했다. 업체마다 고급 식사를 대접하고 ‘공짜 코인’ 경품까지 뿌리다 보니 한동안 혜택만 뽑아먹는 ‘체리피커’들이 기승(?)을 부렸다는 전언이다.
해커톤(hackathon)은 개발자들끼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리다.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주어진 시간 안에 쉼 없이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완성하게 된다.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 등 많은 정보기술(IT) 기업이 해커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정부도 최근 이 개념을 차용해 갈등 관계인 이해관계자끼리 합의점을 찾는 토론회에 해커톤이란 이름을 붙이고 있다.
스타트업이 많이 입주하는 위워크, 패스트파이브 등 공유오피스에서는 저녁마다 강연, 파티 등이 이어진다. 참석해 본 사람들 사이에선 “폭넓은 교류를 통해 협업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긍정적 의견과 “화려하긴 한데 별 실속이 없더라”는 까칠한 반응이 엇갈린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