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권 위협 절박감 호소 위해 잇단 분신…사회적 대타협기구 3차 대화
"공유경제 활성화 요구…택시업계 생존권 감안한 협상·타협 필요"
'카풀반대' 택시기사 3번째 분신…"극단적 방식 도움 안돼"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운전사가 분신을 기도하는 일이 11일 또 발생했다.

생존권을 향한 택시업계의 절박함을 호소하기 위해 기사들의 분신이 잇따르는 가운데 목숨을 위협하는 극단적 의사 표현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날 오후 3시50분께 서울 개인택시 강남조합 소속 택시운전사 김모(62)씨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길에서 자신의 택시에 불을 지른 뒤 국회로 돌진하려다 다른 승용차에 부딪혀 멈춰섰다.

김씨는 얼굴 등에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김씨의 택시 유리창에는 "택시가 '변'해야 산다.

친절·청결·겸손 '답'입니다", "카카오 앱을 지워야 우리가 살 길입니다", "단결만이 살 길이다 투쟁으로 쟁취하자" 등의 문구가 적힌 전단이 붙어 있었다.

카카오 카풀과 관련한 택시운전사 분신은 이번이 세번째다.

작년 12월10일 법인택시 운전사 최모(57)씨가 국회 앞에서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항의하며 택시 안에서 분신해 숨졌다.

택시단체들에 따르면 최씨는 불법 카풀 근절과 택시운전사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유서를 남겼다.

이 일로 택시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카카오는 애초 지난해 12월17일로 예정됐던 정식 서비스 개시를 잠정 연기하고, 카풀 서비스 사업과 관련해 택시업계, 정부, 국회 등과 계속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최씨 분향소를 방문해 대책을 약속했고, 당정은 택시업계 월급제 전면 도입 추진을 택시업계 지원책으로 제시했다.

택시업계는 같은 달 20일 국회 인근에서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어 정부와 국회를 압박했다.

이후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4단체는 정부·여당이 제안한 '사회적 대타협기구 참여' 수용 의사를 밝혔으나 대화 전제조건으로 불법 카풀영업 중단을 강력히 요구해 대화가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해가 바뀐 뒤 지난달 9일 광화문역 인근에서도 개인택시 운전사 임모(64)씨가 택시에 불을 붙여 분신해 숨졌다.

임씨 역시 유서에서 '택시기사가 너무 힘들다', '불법 카카오 카풀 도입에 반대한다'는 주장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 번째 분신사태가 발생하자 카카오는 시범운영 중이었던 카풀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고 택시업계와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택시단체들은 카카오의 카풀 시범서비스 중단 발표가 나온 지 사흘 만인 1월18일 대타협기구에 참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1월22일 여당과 정부, 택시·카풀 업계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출범해 상생방안 찾기에 나섰고, 이날 오후 3차 대화가 이뤄진 가운데 세 번째 분신사태가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생존권 위협을 느끼는 택시운전사들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면서도 분신과 같은 극단적 시위방식은 여론의 공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내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유경제 활성화에 대한 요구가 있지만 이는 택시운전사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만큼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하다"면서도 "분신처럼 극단적인 수단보다 사회적 대화 참여와 같은 합리적 방식이 국민 동의를 구하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분신 같은 극단적 시위방식이 사용되는 것은 갈등이 합리적이고 제도화된 방식으로 해결되지 못하는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며 "택시 문제처럼 이해관계로 인한 갈등은 과격한 방식보다 협상과 타협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카오 측은 이날 분신사태와 관련해 "아직 내용 확인 중이라 입장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추후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