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의 참가 불가 '협정근로자' 쟁점…"사측이 80% 이상 지정 요구" vs "노조 일방 주장"
단체교섭 결렬로 쟁의행위에 돌입한 네이버 노동조합이 향후 사측의 협상 태도에 따라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11일 밝혔다.
네이버 노조(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네이버지회) 오세윤 지회장은 이날 분당 사옥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회사가 지금같이 노동 3권을 무시하는 태도를 지속하고 대화의 창을 열지 않는다면 결국 노조는 가장 강력한 단체행동권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지회장은 "앞으로 여러 쟁의 활동을 펼쳐나갈 텐데 그때도 지금처럼 변화가 없다면 파업은 우리가 선택한 게 아니라 사측이 우리를 밀어붙인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며 "그 경우 파업은 회사가 선택한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 노조는 오는 20일 분당 사옥 1층 로비에서 피켓 시위 등 첫 단체행동을 벌이는 것을 시작으로 점점 투쟁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다음 달에는 IT업계 및 상급단체인 화학섬유식품노조 산하의 노동조합들과 연대한 대규모 쟁의행위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도 카카오와 스마일게이트 등 IT·게임 업계 노조 측이 참가해 힘을 보탰다.
네이버 노조는 결성 이후 사측과 13차례 교섭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지난달에는 2차례에 걸쳐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노동쟁의 조정 절차를 밟았지만 결국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최대 쟁점은 협정근로자, 즉 조합원 중 쟁의행위에 참가할 수 없는 근로자의 범위를 지정하는 문제였다.
오 지회장은 "사측이 가져온 안에는 협정근로자가 80% 이상 너무 광범위하게 포함돼 있었다"며 "노동 3권에 명시된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것이라 우리로선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이버 사측은 "협정근로자 지정이 불가하다는 노조의 주장은 이용자와의 약속을 저버리는 동시에 우리가 스스로 만들고 지켜야 할 네이버 서비스의 본질적인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노조원의 80%가 협정근로자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도 노조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협정근로자 조항을 핵심 논의 안건에 포함하는 데 동의해 놓고 뒤돌아서 해당 조항을 부정하고 비판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노조는 또 개인별 연봉·인센티브 책정 근거 공개 및 재충전 휴가 도입 등 근로 조건 개선도 요구하고 있다.
오 지회장은 "네이버의 경영진, 특히 이해진 총수, GIO(글로벌투자책임자)가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글로벌 경쟁력"이라며 "경영진의 노동 삼권에 대한 인식은 글로벌 수준에서 한참 동떨어져 있는 것이 네이버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네이버 쇼핑의 고객센터 등 업무를 담당하는 손자회사 컴파트너스와 클라우드 전문 자회사 NBP도 이번 쟁의행위에 동참한다. 박경식 컴파트너스 부지회장은 "화장실조차 마음 편하게 갈 수 없는 곳, 물 마시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 하는 곳이 바로 컴파트너스"라며 "컴파트너스 감정노동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책임은 바로 네이버가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지회장은 "시작부터 파업을 원하는 노동조합은 없다"며 "서비스의 중단이 우려된다면 서비스를 만드는 노동이 중단되지 않도록 진실된 자세로 교섭에 임해야 한다"며 대화 의지를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네이버 사측은 "노조가 단지 협상의 진척을 위해서나 구색을 맞추기 위한 교섭이 아니라 출범 당시의 초심을 잃지 말고 새로운 노사문화, IT 노조다운 모습을 만들어가기 위해 진실된 자세로 교섭에 임하기를 기대한다"며 "회사는 쟁의행위 중에도 안정적인 서비스 운용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