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해당 조항 매우 좁게 해석한 판결"…항소심에 귀추 주목
슈퍼마켓에서 주요부위가 보이는 속옷만 입은 상태로 돌아다닌 40대 남성이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검찰이 이 남성에게 적용한 성폭력처벌법 12조(성적 목적 공공장소 침입)에서 규정한 '다중이용장소'에 슈퍼마켓은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처벌이 불가하다는 뜻을 밝혔는데, 검찰은 해당 조항을 너무 좁은 테두리에서 해석한 판결이라며 즉각 항소하기로 했다.
법원과 검찰 간 의견이 팽팽히 맞선 이번 판결은 지난해 6월 발생한 40대 남성의 노출 사건에서 시작됐다. A(46) 씨는 지난해 6월 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슈퍼마켓에서 바지를 벗고 주요부위가 드러나는 속옷을 입은 상태로 돌아다니다가 붙잡혔다.
검찰은 A씨가 과거 비슷한 행위를 하다가 경범죄 처벌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을 고려해 이번에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2조를 적용했다.
법원은 그러나 최근 A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9단독 김상연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화장실, 목욕장·목욕실, 모유수유시설, 탈의실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장소에 침입하거나 퇴거 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을 매긴다'고 규정한 성폭력처벌법 12조를 소개하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김 판사는 "이 법이 정한 다중이용장소는 이용 과정에서 주요부위 등 타인이 볼 경우 성적수치심을 야기할 수 있는 신체 부위를 노출하는 것이 수반되고, 성별 등에 따라 일정 범위에서 출입이 제한되는 장소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형벌 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유추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운을 뗐다.
또 김 판사는 일반적으로 다중이용장소라고 인식되는 영화관, PC방, 지하철역 등은 이 법이 정한 다중이용장소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김 판사는 "예를 들어 성적 목적으로 지하철역에서 여성의 가슴을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행위는 해당 장소의 다른 이용자를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며 "그렇더라도 지하철역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이 행위를 성폭력처벌법 12조의 규제 대상이라고 해석하면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신체 주요부위의 노출과 성별 등에 따른 출입 제한이 예정돼 있지 않은 장소는 비록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더라도 성폭력처벌법 12조가 규정한 다중이용장소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해당 조항에 나온 다중이용장소를 매우 좁은 의미에서 해석한 판결이라며 즉각 항소의 뜻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지만,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이같이 해석하면 A 씨와 같은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상식을 잣대로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항소해서 더 다퉈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성폭력처벌법 12조를 놓고 법원과 검찰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리면서 항소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최종판결 결과에 따라서는 입법불비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경범죄 처벌법상 과다노출의 경우 공개된 장소에서 주요부위를 노출한 사람에 대해 적용할 수 있는 만큼 속옷을 입고 있던 A 씨는 이에 해당하지 않고, 형법상 공연음란죄의 경우에는 음란한 행위를 동반해야 처벌이 가능한 탓에 점포 안을 배회하기만 한 A 씨에 대해 검찰이 이들 법률을 적용해 기소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