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금까지 봐온 바로는 아이 어머니가 흥분을 잘하는 편이었습니다. 로버트도 흥분을 잘했습니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벌컥 화를 내고 발작을 일으킨 뒤 졸도한 적도 여러 번입니다.”

어머니를 죽인 소년 로버트의 이웃집 여인 아멜리아 잉글랜드 부인이 법정에 출석해 증언했다. 조지 워커 의사는 로버트가 ‘살인광 환자’라는 소견을 내놨다. 로버트가 태어날 때 두개골에 폭력을 입어 그의 뇌를 압박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로버트 두 눈의 동공 크기가 달라지는 것도 눈 질환 때문이 아니라 뇌 염증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살인광’은 19세기 초 입증된 질환이다. 죽이려는 욕망에 사로잡히고 죽인 뒤 평온해지는 증상이다.

그러나 검찰 측은 로버트의 정신이상이 입증되지 않았고 오히려 로버트는 재능이 특출난 아이임이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재판장도 어머니가 죽은 뒤 “로버트는 더할 나위 없이 능수능란한 명민함을 발휘했다”고 배심원단에게 설명했다. 당시 영국에서는 정신이상자에 대한 무죄 판결이 늘면서 정신이상자의 범죄가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한 상태였다.

《사악한 소년》은 1895년 런던에서 13세 로버트와 12세 너새니얼 형제가 어머니 에밀리 쿰스를 살해한 뒤 1주일간 방치한 채 일상생활을 했던 실화를 재구성한 책이다. 빅토리아 시대, 어린 살인자의 미스터리를 각종 문헌과 자료를 찾아내 풀어냈다. 살인범 가계도, 거주지역 지도, 생필품 가격, 생활 풍속 등을 놀랄 만큼 치밀하게 재현했다.

작가는 로버트가 범죄를 저지르게 되기까지 불안과 두려움을 추적하는 한편 정신병원에 수감된 이후 마음의 빗장을 풀어내는 과정도 포착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를 품어준 사회와 사람들로 인해 로버트는 변화했고, 그 변화가 다시 사회에 영향을 끼쳤다.

철저한 연구와 명료한 해석, 인물에 대한 공감 능력 등이 높이 평가받은 저자 케이트 서머스케일은 미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주는 에드거 상 범죄실화부문상을 받았다. (케이트 서머스케일 지음, 김희주 옮김, 클, 464쪽, 1만80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