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쇼핑 판매 하루 만에 4000만원어치 팔려
박진욱 플로트(FLOT) 공동대표(34·사진)는 4년 전만 해도 패션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창업에 나서게 된 것은 장모님의 작은 부탁을 들어주고 나서였다. 박 대표는 "장모님뿐만 아니라 지인들에게도 만들어 선물해봤는데 다들 너무 좋아했다"며 창업 당시를 떠올렸다.
박 공동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함께 디자인 입시를 준비하던 친구 황인철 공동대표(34·사진)와 바로 뭉쳤다. 패션업계 종사자였던 둘은 앞으로 반려동물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보고 2016년 9월 강아지 의류업체 플로트를 설립했다. 회사명은 강아지 형상을 담아 'four leg one tail(다리 4개 꼬리 1개)'의 약자를 따서 지었다. 플로트의 옷은 조금 특별하다. 사람 옷처럼 단순하고 예쁘다. 패딩, 후리스, 후드티, 니트, 나시, 목도리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더 특별한 것은 '견체공학'을 적용했다는 데 있다. 기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강아지 의류는 체형을 고려하지 않은 옷들이 많았다. 고가의 맞춤형 옷은 수십만원을 훌쩍 넘었고 2000원대 이하의 저가 중국산 옷들은 촌스러운 데다 패턴도 엉망이었다. 이미 의류업에 종사하고 있었던 이들이 강아지 체형을 고려한 옷을 만드는 것쯤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직장인이 갑자기 창업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둘은 정부와 기관 등에서 주최하는 창업 프로그램에 문을 두드렸다. 창업에 나선 그해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와 네이버가 주최한 'e-커머스드림프로젝트'에 참가했다. 브랜딩 분야에서 인정을 받아 대상을 수상했다. 회사 실무 경험이 도움이 됐다. 수상을 계기로 네이버 쇼핑 플랫폼 메인 화면에 직접 제작한 강아지 후드티를 팔았다. 하루 만에 매출 4000만원을 올렸다. 기대 이상의 결과였다.
"(황) 애쓴 만큼 잘 팔려요. 대충 만든 옷이랑 공들인 옷이랑 비교하면 확실히 소비자 반응이 달라요. 사실 옷이야 일주일 만에도 만들 수 있는데, 당시 팔았던 후드티는 6개월이나 걸려서 제작했어요. 당시 한 벌당 3만7000원에 팔았는데 제법 많이 팔렸죠. 물론, 네이버 쇼핑 화면 메인이 노출된 점이 크게 도움이 됐습니다. 그때 판 후드티는 지금까지도 많이 팔리고 있는 저희 대표제품이에요." "(박) 고객들이 '디자인도 예쁘고 강아지도 편해한다'는 피드백을 가장 많이 주셨어요. 기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옷과 다르게 강아지 손과 발 움직임을 고려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다른 옷들과는 조금 달랐죠. '사람 옷 같다'라고 말하는 고객들도 많았습니다. 실용성 있고 예쁜 디자인 덕분에 '개니클로'라는 별명도 얻었어요. 무엇보다 강아지 체형을 패턴에 반영해 제작한 것이 인기 비결 같아요."
견주들 사이에서 플로트가 입소문을 타자 사업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자체 쇼핑몰을 열고 계절마다 3~5가지 종류의 강아지 옷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현재 판매하고 있는 의류만 120가지에 달한다. 고객 재구매율은 50% 이상이다. 통상적으로 의류업계 재구매율 10%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건대에 위치한 복합 쇼핑몰 커먼그라운드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냈다. 최근에는 대형 백화점에서도 '러브콜'이 오고 있다.
"(박) 앞으로 견종별로 더 많은 강아지들이 입을 수 있는 의류를 만들고 싶어요. 닥스훈트처럼 다리가 짧고 몸통이 긴 강아지부터 푸들처럼 몸통이 얇고 다리가 긴 견종까지 각각의 체형에 맞는옷을 제작할 계획입니다. 일단 목표는 '국내 주요 반려견 30종 의류를 만들자' 입니다." 플로트는 장기적으로 견종별 체형과 체중 데이타를 활용해서 맞춤형 강아지 의류를 제작하는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각종 박람회부터 팝업 스토어, 아울렛 등지에 주기적으로 매장을 내면서 소비자 접점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황) 초기에는 고객들이 대부분 2030대 여성들이었는데 최근에는 4050대 고객분들도 관심을 많이 보이고 계세요. 올해는 서울과 수도권, 부산 등지에 직영점 3곳을 열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저희의 '견체공학' 노하우를 살려서 앞으로 반려동물 의류 1위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 꿈입니다.(웃음)"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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