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취향 공유…우리집으로 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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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고수풀 같이 먹고, 동화책 함께 읽고
취향 모임 주선 플랫폼 잇따라 등장
같은 취향의 사람들 집으로 초대·소통
'남의집 프로젝트' 2년간 100여회 만남
회원 3000여명 독서 모임 '트레바리'
스포츠·요리·악기 일일 체험 '프립'
블라인드 만남…나이도 직업도 몰라요~
2030세대, 수평적·느슨한 관계 선호
심리적 만족을 위한 소비 '나심비' 중시
1회 2만~5만원 비용에도 참여자 늘어
고수풀 같이 먹고, 동화책 함께 읽고
취향 모임 주선 플랫폼 잇따라 등장
같은 취향의 사람들 집으로 초대·소통
'남의집 프로젝트' 2년간 100여회 만남
회원 3000여명 독서 모임 '트레바리'
스포츠·요리·악기 일일 체험 '프립'
블라인드 만남…나이도 직업도 몰라요~
2030세대, 수평적·느슨한 관계 선호
심리적 만족을 위한 소비 '나심비' 중시
1회 2만~5만원 비용에도 참여자 늘어
“몇 시간 동안이라도 그림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어 좋습니다.”
동화책 수십 권이 쌓인 탁자, 그 주위에 옹기종기 머리를 맞대고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 어린이집과 유치원 풍경이 아니다. 지난달 초 서울 서빙고동의 김수지 씨 집 거실에 모인 어른들 모습이다. 이들은 이날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서로 모르던 사이. 이들은 ‘동화책’이라는 관심사가 겹친다는 이유로 네 시간 동안 김씨의 집에 ‘반짝’ 모였다가 흩어졌다.
온라인을 매개로 같은 취향을 지닌 사람들의 모임이 유행하고 있다. 비슷한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뭉치는 일은 예전부터 흔했다. 학교 동아리, 사내 동호회 등이다. 요즘 뜨고 있는 취향 중심의 모임은 동아리 및 동호회와 다르다. 대부분 ‘하루 만나면 끝’인 일회성 만남이다. 단체를 꾸려나가기 위해 누군가는 ‘간사’ ‘총무’ 같은 직책을 맡을 필요도 없다. 취향껏 모이는 자리를 소개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에 접속해 원하는 모임에 일정 회비를 내고 신청하면 끝이다. 거실·책·운동 매개체로 취향 공유
‘남의집 프로젝트’는 취향에 기반한 모임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남의집 프로젝트는 뚜렷한 취향을 가진 집주인이 자신의 거실에 손님을 초청해 취향이 담긴 소품을 함께 보거나 책을 읽으며 공통된 주제로 대화하는 서비스다. 거실을 매개체로 취향을 공유하는 셈이다. 남의집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 2년 동안 거실을 공개한 집주인은 100여 명. 남의 집에 방문한 손님도 650여 명이다.
주제는 다양하다. 프라하 여행에 관심있는 사람부터 독특한 향내가 나는 고수풀을 즐겨먹는 마니아, 육아휴직을 꿈꾸는 아빠까지…. 아날로그 감성이 듬뿍 묻어나는 필름 카메라로 뭉친 모임도 있다. 모임당 참여 인원은 4~6명. 서너 시간 동안 이어지는 모임의 회당 참여 비용은 보통 2만~5만원이다.
‘트레바리’도 잘 알려진 취향 모임 중 하나다. 이곳의 취향 매개체는 독서다. 다루는 주제 역시 다양하다. 현대시, 고전문학 등 전통적인 주제부터 인공지능, 유튜브 등 최근 주목받고 있는 소재도 다룬다. 기본적으로 유료 회원제다. 3개월 단위로 회원을 모집하고, 시즌마다 독서모임을 기획·운영한다. 취향에 따라 각자 다른 관심사를 공부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2015년 9월 문을 연 트레바리는 회원 수가 3000명이 넘는다.
다양한 취미를 배워볼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도 인기다. 취미활동 앱(응용프로그램) ‘프립’은 각종 분야의 원데이 클래스부터 여행, 운동, 축제, 음악 공연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소개한다. 네온사인, 향수 제작하기 등 독특한 취미활동부터 서핑, 러닝, 카약, 클라이밍, 스케이트보드 등 남과는 조금 다른 ‘나만의 취향’ 찾기에 나선 사람을 겨냥하고 있다. 프립 관계자는 “서비스 이용객의 80%가 20대 중반~30대 중후반으로 젊은 직장인이 주로 찾는다”고 설명했다. 느슨한 인간관계 속에서 ‘나심비’ 찾기
일면식도 없는 사람끼리 모이는 이유는 뭘까. 이들은 “행복하게 살기 위해 나 자신의 취향을 찾아나설 필요를 느꼈다”고 말한다. 소위 말하는 ‘나심비’ 트렌드를 쫓는 사람들이다. 나심비란 ‘나’ ‘심리’ ‘가성비’의 합성어로 ‘나의 심리적 만족을 위해서라면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 소비심리를 가리킨다. 단발성 만남에 수만원을 쓰는 게 아깝지 않다는 얘기다.
일일 취미 클래스는 하루 단위로 요금을 내고 자신과 잘 맞는 활동인지 체크해볼 수 있어 인기가 많다. 2만~3만원의 비용을 내면 장비 렌털부터 일일 강습도 받을 수 있다. 무턱대고 운동복을 사는 등 취미 도구를 마련할 필요가 없어 부담도 덜한 편이다.
구속성이 없다는 점 또한 사람들을 매료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취향 기반 모임의 특징은 수평적이고 느슨한 관계에 있다. 요즘 20~30대는 단단한 결속 대신 여유 있는 인간관계를 원한다.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8 사회조사 결과’가 이를 방증하는 지표다. 통계청이 만 13세 이상 약 3만9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 자료에 따르면 ‘결혼 없이 동거만 해도 괜찮다’고 답한 비율(56.4%)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국민은 30.3%로 집계됐다. 2016년(24.2%)에 비해 6.1%포인트 늘었다.
취향 기반 모임에서는 이름만 간단하게 밝힐 뿐 나이 및 직업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개인의 관심사에 뿌리를 두고 원할 때 타인과 교류할 뿐이다. “사회인 동호회를 찾아가봤지만 정기적으로 출석해야 하고 집단 내에서 알게 모르게 위계질서가 생기는 경우가 있어 불편하더라”며 “인간관계의 부담스러움은 피하고 취향 탐구에 몰두하기 위해 일회성 모임에 참여하게 됐다”고 털어놓는 사람도 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동화책 수십 권이 쌓인 탁자, 그 주위에 옹기종기 머리를 맞대고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 어린이집과 유치원 풍경이 아니다. 지난달 초 서울 서빙고동의 김수지 씨 집 거실에 모인 어른들 모습이다. 이들은 이날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서로 모르던 사이. 이들은 ‘동화책’이라는 관심사가 겹친다는 이유로 네 시간 동안 김씨의 집에 ‘반짝’ 모였다가 흩어졌다.
온라인을 매개로 같은 취향을 지닌 사람들의 모임이 유행하고 있다. 비슷한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뭉치는 일은 예전부터 흔했다. 학교 동아리, 사내 동호회 등이다. 요즘 뜨고 있는 취향 중심의 모임은 동아리 및 동호회와 다르다. 대부분 ‘하루 만나면 끝’인 일회성 만남이다. 단체를 꾸려나가기 위해 누군가는 ‘간사’ ‘총무’ 같은 직책을 맡을 필요도 없다. 취향껏 모이는 자리를 소개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에 접속해 원하는 모임에 일정 회비를 내고 신청하면 끝이다. 거실·책·운동 매개체로 취향 공유
‘남의집 프로젝트’는 취향에 기반한 모임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남의집 프로젝트는 뚜렷한 취향을 가진 집주인이 자신의 거실에 손님을 초청해 취향이 담긴 소품을 함께 보거나 책을 읽으며 공통된 주제로 대화하는 서비스다. 거실을 매개체로 취향을 공유하는 셈이다. 남의집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 2년 동안 거실을 공개한 집주인은 100여 명. 남의 집에 방문한 손님도 650여 명이다.
주제는 다양하다. 프라하 여행에 관심있는 사람부터 독특한 향내가 나는 고수풀을 즐겨먹는 마니아, 육아휴직을 꿈꾸는 아빠까지…. 아날로그 감성이 듬뿍 묻어나는 필름 카메라로 뭉친 모임도 있다. 모임당 참여 인원은 4~6명. 서너 시간 동안 이어지는 모임의 회당 참여 비용은 보통 2만~5만원이다.
‘트레바리’도 잘 알려진 취향 모임 중 하나다. 이곳의 취향 매개체는 독서다. 다루는 주제 역시 다양하다. 현대시, 고전문학 등 전통적인 주제부터 인공지능, 유튜브 등 최근 주목받고 있는 소재도 다룬다. 기본적으로 유료 회원제다. 3개월 단위로 회원을 모집하고, 시즌마다 독서모임을 기획·운영한다. 취향에 따라 각자 다른 관심사를 공부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2015년 9월 문을 연 트레바리는 회원 수가 3000명이 넘는다.
다양한 취미를 배워볼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도 인기다. 취미활동 앱(응용프로그램) ‘프립’은 각종 분야의 원데이 클래스부터 여행, 운동, 축제, 음악 공연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소개한다. 네온사인, 향수 제작하기 등 독특한 취미활동부터 서핑, 러닝, 카약, 클라이밍, 스케이트보드 등 남과는 조금 다른 ‘나만의 취향’ 찾기에 나선 사람을 겨냥하고 있다. 프립 관계자는 “서비스 이용객의 80%가 20대 중반~30대 중후반으로 젊은 직장인이 주로 찾는다”고 설명했다. 느슨한 인간관계 속에서 ‘나심비’ 찾기
일면식도 없는 사람끼리 모이는 이유는 뭘까. 이들은 “행복하게 살기 위해 나 자신의 취향을 찾아나설 필요를 느꼈다”고 말한다. 소위 말하는 ‘나심비’ 트렌드를 쫓는 사람들이다. 나심비란 ‘나’ ‘심리’ ‘가성비’의 합성어로 ‘나의 심리적 만족을 위해서라면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 소비심리를 가리킨다. 단발성 만남에 수만원을 쓰는 게 아깝지 않다는 얘기다.
일일 취미 클래스는 하루 단위로 요금을 내고 자신과 잘 맞는 활동인지 체크해볼 수 있어 인기가 많다. 2만~3만원의 비용을 내면 장비 렌털부터 일일 강습도 받을 수 있다. 무턱대고 운동복을 사는 등 취미 도구를 마련할 필요가 없어 부담도 덜한 편이다.
구속성이 없다는 점 또한 사람들을 매료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취향 기반 모임의 특징은 수평적이고 느슨한 관계에 있다. 요즘 20~30대는 단단한 결속 대신 여유 있는 인간관계를 원한다.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8 사회조사 결과’가 이를 방증하는 지표다. 통계청이 만 13세 이상 약 3만9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 자료에 따르면 ‘결혼 없이 동거만 해도 괜찮다’고 답한 비율(56.4%)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국민은 30.3%로 집계됐다. 2016년(24.2%)에 비해 6.1%포인트 늘었다.
취향 기반 모임에서는 이름만 간단하게 밝힐 뿐 나이 및 직업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개인의 관심사에 뿌리를 두고 원할 때 타인과 교류할 뿐이다. “사회인 동호회를 찾아가봤지만 정기적으로 출석해야 하고 집단 내에서 알게 모르게 위계질서가 생기는 경우가 있어 불편하더라”며 “인간관계의 부담스러움은 피하고 취향 탐구에 몰두하기 위해 일회성 모임에 참여하게 됐다”고 털어놓는 사람도 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