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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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암호화폐) 업계가 정부가 전면 금지한 암호화폐 공개(ICO)의 대안으로 증권형 암호토큰 공개(STO)에 주목하고 있다. 증권형 토큰을 '새로운 소유' 개념의 창출로 평가하는 시각과 기존 시장의 '자격미달' 자산의 유입 계기로 우려하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STO가 관심을 받는 것은 정부 규제 이슈를 통과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는 판단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증권형 토큰은 증권 성격이 강해 기존 증권 관련법을 적용해 규제할 수 있고, 이를 거쳐 제도권 진입 여부를 판별하기 용이한 편이다. ICO와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STO는 전통 자산을 담보 삼는다. 가령 그림을 STO로 보유한다고 하자. 실제로 그림을 나누진 못하지만 암호화폐를 통해 소유권을 잘게 쪼갤 수 있게 된다. 증권시장 주식과 같은 형태를 띤다. 때문에 STO가 주식회사의 한계를 뛰어넘어 소유와 분배의 형태를 바꿀 것으로 기대하는 긍정론이 나온다. 주주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STO 지지자들은 주식회사 제도가 주주와 노동자가 분리된다는 한계에 봉착했다고 본다. 노동자의 경계도 희미해진다는 점도 한 이유다. 예컨대 에어비앤비, 우버 등 공유경제 기업에선 집을 빌려주는 호스트나 드라이버는 회사 성장에 기여하는 존재지만 전통적 개념의 노동자는 아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선 이들에게 수익을 분배해야 회사 성장을 도모할 수 있고, 그 방법으로 STO를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는 보고서에서 “STO는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면서 전통자본 시장과 블록체인 산업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관련 사업도 등장하고 있다. 체인파트너스는 글로벌 STO 플랫폼 폴리매스와 함께 증권형 토큰 개발 자문서비스 사업을 시작한다.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 코드박스도 STO 플랫폼 코드체인을 출시했다.

STO가 처음부터 환영 받았던 것은 아니다. 규제가 엄격한 탓에 업계는 증권법 적용을 악재로 여겨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에 증권법 적용을 검토하자 시장이 출렁인 게 대표적 사례다. 스위스 금융감독청(FINMA) 분류에서 증권형 토큰 지정을 피하고자 노력하는 프로젝트도 많았다.

하지만 ICO의 규제 불확실성이 장기간 이어지며 불법과 합법 여부가 불분명한 처지에 놓이자 "차라리 까다롭지만 명확한 규제를 적용할 수 있는 STO가 불확실성이 큰 ICO보다 나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대안으로 부상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STO를 경계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말하자면 기존 증권시장에 상장되지 못한 기업의 주식이나 비인기상품 등 부실 상품이 STO의 '탈'을 쓰고 투자자들을 현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코인원 리서치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STO는 유동성이 부족한 자산을 암호화폐로 만들어 접근성과 유동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서도 “기존 금융시장에서 유동성이 부족했던 자산은 과도한 리스크 등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개연성이 있다. 따라서 STO가 자칫 '레몬 마켓'을 형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암호화폐의 특성을 이용해 자산을 무수히 쪼개고 청구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등 금융기법을 적용해 불량자산을 매력적 자산으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코인원 리서치센터는 “결과적으로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구성요소들이 다시 등장하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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