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공학컨설팅센터가 주최한 기술상담회에서 최기창 서울대 SNU공학컨설팅센터 산학협력중점교원(산학협력교수·오른쪽)이 기업 관계자로부터 기술 개발과 관련한 고민을 듣고 있다.  /서울대 공대 제공
SNU공학컨설팅센터가 주최한 기술상담회에서 최기창 서울대 SNU공학컨설팅센터 산학협력중점교원(산학협력교수·오른쪽)이 기업 관계자로부터 기술 개발과 관련한 고민을 듣고 있다. /서울대 공대 제공
마스크 제조 기업인 오투엠은 2016년 국내 최초로 ‘산소 발생 마스크’ 개발에 나섰다. 2차전지 제조업체에서 근무했던 서준걸 대표는 “마스크를 착용한 근무자들이 호흡에 불편을 느껴 수시로 벗는 모습을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고 했다. 연구개발 끝에 오투엠은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면서도 산소를 발생시키는 ‘에코 큐브(Eco-cube)’가 부착된 마스크 개발에 성공했다.

문제는 ‘인증’이었다. 산소 발생 마스크를 처음 개발하다 보니 인증기관에서 마스크 성능을 검증받을 방법이 없었다. 2년간 행정기관과 국회의원들을 찾아가 ‘읍소’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결국 서 대표는 마스크를 들고 서울대 공과대학의 SNU공학컨설팅센터를 찾았다. 센터는 박우진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연구실을 연결해줬다. 6개월간 머리를 맞댄 끝에 지난해 12월 마스크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장비를 개발했다. 동양인 얼굴형에 맞는 디자인을 마스크에 적용하는 과제도 진행 중이다.

서 대표는 “서울대에서 시뮬레이션 장비를 만들어준 덕분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공인기관에서 허가·인증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올해 상반기 정식 출시하고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의뢰 급증

中企 '4차 산업혁명 길잡이' 된 서울대 공대
13일 서울대 공대에 따르면 SNU공학컨설팅센터에 기업들이 기술 자문을 의뢰한 건수가 1500건을 넘어섰다. SNU공학컨설팅센터는 서울대 공대의 기술자산을 산학협력에 적극 활용하자는 취지로 2014년 3월 문을 열었다. 그해 214건이던 의뢰 건수는 매년 늘어나 지난해 380건으로 70% 이상 증가했다. 누적 과제 규모도 지난해 10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업종이 각광받으면서 서울대 공대를 찾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는 평가다. 2014년 4건에 불과하던 4차 산업혁명 관련 주제는 2018년 135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접수된 기술 자문 의뢰 중 4차 산업혁명 관련 의뢰는 약 30%에 달했다.

모듈형 IoT 기기를 만드는 빛컨은 SNU공학컨설팅센터를 통해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으로 업종을 바꿨다. 10년간 제조업에 종사했던 김민규 빛컨 대표는 스마트팩토리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 위해 기존 사업을 접고 2015년 회사를 창업했다. 빛컨은 뛰어난 하드웨어 제조 기술을 보유했지만 소프트웨어 운영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문수묵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와 9개월에 걸쳐 산학협력을 진행한 결과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전문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한동신 SNU공학컨설팅센터 전문위원은 “수많은 중소·중견기업이 4차 산업혁명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며 “작은 실마리라도 얻으려 센터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고 수준 전문인력 확보

중소기업들이 서울대 공대를 찾는 건 기업의 기술 고민을 체계적으로 진단하고, 필요한 분야의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원스톱 산학협력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SNU공학컨설팅센터는 기술개발, 컨설팅, 교육, 사업화 등 전 단계에 걸쳐 기술 관련 문제를 해결해준다. 신용보증기금, KOTRA 등과 손잡고 1 대 1 맞춤형 컨설팅도 매년 제공하고 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 인력을 확보한 것도 센터의 장점이다. 전체 공대 교수 320명 중 272명(약 85%)이 기업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공대가 아닌 다른 학과나 다른 대학 교수를 연결해주는 경우도 있다. 축산 테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한국축산데이터는 돼지의 혈액에서 수집한 바이오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서울대 공대를 방문했다.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대표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술은 확보했지만 이를 바이오 측면에서 분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센터를 통해 송혁 건국대 줄기세포재생공학과 교수 등을 소개받아 데이터 기반 축산농가 헬스케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남경필 SNU공학컨설팅센터 센터장(건설환경공학부 교수)은 “초기에는 중소·중견기업과의 산학협력을 꺼렸던 교수들도 한정된 역할만을 수행하는 대기업에 비해 ‘살아있는 산학협력’을 경험할 수 있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앞으로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과의 산학협력도 강화해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디딤돌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