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에는 3종류의 세포가 있다.

알파 세포는 혈당이 너무 떨어질 때 글루카곤 호르몬을 분비해 혈당을 올리고 베타 세포는 혈당이 너무 올라갈 때 인슐린 호르몬을 방출해 혈당을 내리게 한다.

델타 세포는 소마토스타틴 호르몬으로 알파 세포와 베타 세포의 활동을 조절한다.

베타 세포가 손상되거나 줄어 인슐린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못할 때 당뇨병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처럼 베타 세포가 제 기능을 못 할 때 알파 세포가 일부 베타 세포로 변신, 베타 세포의 기능을 보충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파 세포의 약 2%가 스스로를 재프로그램(reprogram)시켜 인슐린을 만드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알파 세포가 언제, 어떻게 베타 세포로 변신하는지 그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노르웨이 베르겐(Bergen) 대학 임상과학연구실의 루이자 길라 분자생물학 교수 연구팀은 이 메커니즘의 일부를 알아냈다면서 이 메커니즘에 '시동'(start-up)을 걸어만 주면 언젠가는 당뇨병의 자연 치유도 가능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메디컬 뉴스 투데이가 8일 보도했다.

알파 세포는 이웃 베타 세포의 손실이 발생했을 때 그로부터 오는 복잡한 신호에 반응해 베타 세포로 전환한다고 길라 교수는 밝혔다.

그의 연구팀은 이 세포 신호(cell-signaling) 경로를 자극할 수 있는 물질을 이용, 베타 세포로 전환할 수 있는 알파 세포를 5%까지 늘릴 수 있었다.

5%라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당뇨병에 대처하는 췌장 자체의 메커니즘을 작동시키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점에서는 대단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라고 길라 교수는 설명했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는 각자 특정 기능을 수행하지만, 일부 세포는 그 '신원'(identity)이 영구적인 것이 아니며 주위의 다른 세포가 죽거나 손상됐을 때 그 세포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그는 밝혔다.

성체 세포(adult cell)는 분화가 최종적으로 끝난 세포가 아니라 다른 세포로 바뀔 수 있는 가소성(plasticity)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 가소성이 발현되는 메커니즘을 밝혀낸다면 당뇨병 같은 대사질환만이 아니라 치매 등 다른 질환의 치료도 가능할 것이라고 길라 교수는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세포생물학'(Nature Cell Bi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