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COC 협상안서 주장…아세안-中 새해 협상 타결 난항 예상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첨예하게 대립해온 베트남이 중국 측의 남중국해 인공섬 군사기지 폐쇄와 미사일 등 전략자산 배치 철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내년 타결을 목표로 추진 중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과 중국의 남중국해 우발 충돌 방지를 위한 행동준칙(COC)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로이터 통신은 자체 입수한 아세안의 남중국해 COC 협상 초안을 분석한 결과 베트남이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 폐쇄와 미사일 등 전략무기 배치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고 31일 보도했다.

통신은 "베트남은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해상 봉쇄, 미사일 발사대 등 공격형 무기 배치 등 분쟁 수역에서 최근 몇 년간 중국이 취한 조처들을 불법으로 간주하는 협정(남중국해 COC 협정)을 원한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어 "베트남은 중국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ADIZ)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을 초안에 담았다"고 덧붙였다.

베트남은 또 모든 분쟁 당사국이 핵심 무역항로에서 국제법에 따라 영유권 주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남중국해 90%의 영유권을 주장해온 중국이 그 근거로 제시해온 소위 '남해 9단선'을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통신은 해석했다.

COC란 중국과 아세안이 2002년 채택한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 행동 선언'(DOC)의 후속 조처로, 당사국 간 우발적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 지침을 담게 된다.

중국과 아세안은 지난해 8월 외무장관회의에서 COC 협상 초안을 채택하고 지난 3월부터 협상에 착수했다.

차기 아세안 의장국인 태국은 내년 안에 COC 타결을 주요 추진목표로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이 대중 강경노선을 표방하면서 아세안과 중국이 내년 타결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싱가포르에서 활동 중인 남중국해 전문가 이언 스토리는 "베트남은 중국이 지난 10년간 (남중국해에서) 해온 일들을 금지하는 내용을 COC 협정에 담으려 한다"며 "따라서 이를 둘러싸고 베트남과 중국 사이에 매우 짜증스러운 언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COC 협상은 최근 베트남의 적극적인 참여와 당사국의 협조를 통해 진전을 보였다"며 "협상 타결을 위해 관련국이 계속 긍정적인 기여를 하기를 원한다"고 언급했다.

중국 외교부는 "COC 협상은 비밀인 만큼 관련 내용에 대해 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싱가포르와 내년 의장국인 태국 측도 이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어 90%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의 반발을 샀다.

특히 중국은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 베트남명 쯔엉사 군도, 필리핀명 칼라얀 군도)와 파라셀 군도( 중국명 시사<西沙>군도, 베트남명 호앙사 군도, 대만도 영유권 주장)에 인공섬을 잇달아 건설하고 군사 기지화해 긴장을 고조시켰다.

파라셀 군도와 스프래틀리 제도는 베트남이 관할하던 것을 중국이 1974년과 1988년 해전을 거치며 무력으로 점령한 곳이다.

중국이 2012년 강제 점거해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 리드 뱅크(필리핀명 렉토뱅크)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는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있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2016년 7월 남중국해 대부분에 관한 이런 영유권 주장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중국은 이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영유권 주장을 이어왔다.

또 중국은 2013년 남중국해에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고, 이곳을 지나는 모든 항공기는 자국에 식별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 밖에도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펴며 자국을 견제해온 미국을 배제한 아세안 회원국과의 연합군사훈련을 제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