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믿기 힘든 힘에 럭셔리함…고급 세단 뺨치는 정숙성
첫인상은 ‘크다’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 운전석에 앉으니 그 인상은 ‘고급스럽다’로 바뀌었다. 시동을 켜고 도로를 달리자 ‘이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맞아?’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부드럽게 움직였다. 랜드로버의 대형 SUV 레인지로버(사진) 얘기다.

레인지로버는 SUV 중에서도 꽤 큰 편이다. 현대자동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보다 길고 높다. 포드 익스플로러 등과 비슷하다. 전장(차체 길이)은 5000㎜, 전폭(차량 폭)은 2073㎜, 전고(차량 높이)는 1869㎜다. 그런데도 둔한 느낌은 없다.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내부는 랜드로버 브랜드의 최상위 SUV답게 고급스럽게 꾸며졌다. 에어백 커버까지 가죽으로 덮었고, 가죽이 없는 부분은 원목을 사용했다. 두 개의 터치스크린 모니터가 위·아래로 나란히 배치돼 있다. 이 모니터를 통해 모든 공조와 시트, 음향 부문을 조작할 수 있다. 전면 터치스크린 조작이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불편하지만, 금방 익숙해진다. 기어 조작은 다이얼로 한다. 가죽시트에는 열선과 통풍, 마사지 기능이 포함됐다. 뒷좌석에도 터치스크린 모니터가 있다. 모니터를 통해 온도를 조절할 수 있고, 음악을 틀 수도 있다. 뒷좌석 공간은 다른 차량과 비교하면 충분히 넓지만, 워낙 큰 차체를 감안하면 기대보다 좁다는 느낌도 든다.

주행감은 SUV라기보다 대형 세단에 가깝다. SUV 특유의 진동과 소음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디젤엔진 세단보다도 더 정숙한 수준이다. 가속페달을 밟았더니 시속 100㎞까지 매끄럽게 속도가 올라간다. 뒷좌석에 앉아도 마찬가지다. 연비는 L당 8.0㎞. 다른 대형 SUV와 비교하면 우수하다.

시승하는 동안 만족도는 경쟁자를 찾기 힘들 정도로 높았다. 하지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차라고 보기는 어렵다. 고급 트림(세부모델)은 3억원이 넘고, 기본 트림에 일부 사양만 추가하더라도 적어도 2억원은 부담해야 한다. 다른 브랜드의 대형 SUV(메르세데스벤츠 GLS 등)와 비교해도 비싸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