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경기 안산 반월공단 내 스마트혁신제조센터에 설치한 ‘5G-AI 머신비전’ 장비. 인공지능(AI)과 5세대(5G) 이동통신으로 제품 결함 여부를 8초 안에 확인해 자동으로 분류해준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이 경기 안산 반월공단 내 스마트혁신제조센터에 설치한 ‘5G-AI 머신비전’ 장비. 인공지능(AI)과 5세대(5G) 이동통신으로 제품 결함 여부를 8초 안에 확인해 자동으로 분류해준다. /SK텔레콤 제공
20일 경기 안산 반월국가산업단지 내 스마트제조혁신센터. 공장 한쪽에서 로봇팔이 컨베이어벨트 위를 지나가는 지름 10㎝ 남짓한 원반 모양의 자동차 부품을 골라냈다. 흠집이 있는 제품만 별도로 찾아내는 과정이다.

이 작업은 원래 사람들이 하나씩 눈으로 들여다봐야 했다. SK텔레콤은 5세대(5G)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5G-AI 머신비전을 제조 공정에 적용했다. 반월공단 내 자동차 부품업체인 명화가 이달 1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부품이 컨베이어벨트를 지나가는 동안 1200만 화소 카메라로 여러 방향에서 사진 24장을 찍는다. 사진을 5G망으로 클라우드 서버에 전송하면 AI가 사진을 판독해 결함 여부를 확인한 뒤 결과를 알려주면 로봇팔이 결함이 있는 제품만 따로 걸러낸다.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8초를 넘지 않는다.

장홍성 SK텔레콤 사물인터넷·데이터 사업단장은 “과거 사람이 1000개 제품을 눈으로 확인했다면 지금은 850개 정도는 기계가 양품이라고 판단해 넘기고 나머지 150개 정도만 사람이 체크한다”며 “두 명이 하던 일을 한 명이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T “5G, AI로 제조업 혁신”

SK텔레콤은 이날 스마트제조혁신센터에서 5G 스마트팩토리 확산 전략을 발표했다. 제조 공장이 스마트 팩토리로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5G 네트워크와 특화 솔루션, 데이터 분석 플랫폼, 단말기를 ‘올인원 패키지’로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SK텔레콤은 제조업체들이 장비 가격 상승과 데이터 처리량 급증, 숙련공 노하우 전수 단절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마트 팩토리 전환을 원하는 공장이 많지만 가격이 부담될 뿐만 아니라 어떤 솔루션을 적용할지 모르는 업체가 많았다. SK텔레콤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해 개선점을 찾고 이에 맞는 솔루션을 추천하기로 했다. 5G와 AI, 클라우드 등을 설비 전반에 접목하도록 컨설팅도 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을 중앙화·가상화해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심플 엣지’ 방식도 도입한다. 설비별로 구성된 솔루션을 중앙 서버로 가상화하고 설비 끝단에는 명령을 수행하는 간단한 설비만 설치하는 구조다. 설비마다 센싱, 분석, 제어, 동작을 위한 장비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 구축 장비 규모를 줄일 수 있다.

장 단장은 “올인원 패키지는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하고 싶지만 정보기술(IT)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에 유용한 방식”이라며 “구축 단가를 낮추고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현장 노하우를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율주행 로봇, AR글라스 등 선보여

SK텔레콤은 5G-AI 머신비전을 비롯해 스마트제조혁신센터와 협업해 개발한 5G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 5종을 시연했다.

‘5G 다기능 협업 로봇’은 6축 로봇팔과 3차원(3D) 센싱 기능을 적용한 카트형 로봇으로 내부 공간에 스스로 제품을 적재하고 자율주행으로 이동했다. 근로자가 요청하면 제품을 다음 생산라인으로 옮기거나 불량품을 따로 모아 별도 공간으로 운송하는 등의 용도로 활용된다. SK텔레콤은 이 로봇을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 셰플러, 광학기기업체 씨메스, 자동화 소프트웨어업체 엔스퀘어 등과 공동 개발했다. 내년 1분기 상용화할 계획이다.

‘5G 스마트 유연생산 설비’는 생산라인을 블록 쌓기 방식으로 만들 수 있는 솔루션이다.

이 밖에 사람과의 협업을 위한 ‘5G 소형 자율주행 로봇’과 현장에서 증강현실(AR)로 설비, 부품정보, 조립 매뉴얼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AR 스마트 글라스’ 등을 선보였다.

삼성·MS 등과 스마트 팩토리 연합체 결성

이날 SK텔레콤과 스마트제조혁신센터 주도로 19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는 ‘5G 스마트 팩토리 얼라이언스(5G-SFA)’도 출범했다. 스마트제조혁신센터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민관합동추진단이 운영하는 조직으로 스마트 제조와 관련된 연구개발(R&D), 시험, 테스트 등을 수행한다.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보쉬, 지멘스 등 스마트 팩토리 분야에서 활약 중인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5G-SFA를 통해 기술과 규격을 통일하고 범용 솔루션을 개발할 계획이다.

안산=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