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저성장 시대 해법은 저성장 인정하는 데서 출발
인류는 진보와 발전을 거듭해 왔다. 사회 전체의 파이가 점점 커지는 ‘팽창사회’에 살아온 것이다. 팽창사회는 20세기 후반에 절정을 이뤘다.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3차 산업혁명은 교통, 통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면서 지구촌 전체를 정보화 사회로 이끌었다. 또 저금리, 유로화 출범, 세계화 등은 역사상 가장 길고 큰 거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불리는 경제 쇼크가 발생하며 모든 게 달라졌다. 이때부터 세계 전체가 ‘수축사회’로 진입했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부채는 늘어만 갔다.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며 사회와 경제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파이의 전체 크기가 줄어들면서 갈등도 전방위로 나타나고 있다.

《수축사회》는 한국, 나아가 전 세계에 도래한 수축사회의 양상을 살펴보고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사장이다.

그는 수축사회로의 진입을 ‘전환형 복합위기’라고 분석한다. 세계 전체의 사회 시스템과 가동양식이 완전히 바뀌면서 모든 영역에서 위기가 나타났다는 의미다. 저자는 “이럴 때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으면 자신의 파이가 줄어들거나, 아무것도 차지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한국은 어느 국가보다 빠르게 팽창사회에서 수축사회로 전환되고 있다. 과거 한국의 팽창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1차로 성장속도가 줄어든 뒤, 2008년 전환형 복합위기 이후 빠르게 침체됐다. 저자는 “현재 한국의 모든 문제는 경제 성장 속도가 급격히 느려진 데서 출발한다”며 “갑자기 저성장 사회로 전환하면서 급브레이크를 밟으니 고성장 사회의 관성과 중력이 충돌하며 크게 흔들리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팽창사회에서 성장한 경험 때문에 아직도 많은 인식과 대안을 팽창사회에서 찾는다. 이젠 국가 전체적으로 수축사회에 진입하고 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양보와 타협을 유도해야 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