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장래희망이 건물주?…주주 되는 법부터 가르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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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재테크 리포트
<2부> 재테크는 '인생 마라톤'…대박 환상을 깨라
(5·끝) 재테크 습관, 어릴때부터 몸에 배야
20대 금융지능 '낙제' 수준
英·美, 금융수업이 학교 필수과목
한국선 돈 모으는 과정 생략한 채, '큰돈' 버는 환상만 심어줘
자녀 계좌로 투자 경험 쌓아줘야
2000만원까지 비과세 증여 활용
같이 투자하고 교육비로 쓸 수도
<2부> 재테크는 '인생 마라톤'…대박 환상을 깨라
(5·끝) 재테크 습관, 어릴때부터 몸에 배야
20대 금융지능 '낙제' 수준
英·美, 금융수업이 학교 필수과목
한국선 돈 모으는 과정 생략한 채, '큰돈' 버는 환상만 심어줘
자녀 계좌로 투자 경험 쌓아줘야
2000만원까지 비과세 증여 활용
같이 투자하고 교육비로 쓸 수도
한국에선 ‘건물주’를 꿈꾸는 청소년이 유독 많다. 초등학생도 장래희망을 묻는 질문에 ‘건물주’라고 답할 정도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한 달 전 “많은 젊은이의 장래희망이 건물주라고 회자되는 현실은 한국의 불평등 구조에 대한 통렬한 항의”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현실이 정상적인 재테크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돈을 모으는 과정은 생략한 채 ‘큰돈’을 벌겠다는 환상만 심어주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정작 건물을 살 정도의 자산을 모으는 방법에는 관심이 없다. 한 번에 큰돈을 벌어 상가나 건물을 사고 월세를 받으며 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뿐이다. 이런 풍토에서 자란 아이들은 ‘투알못’(투자를 알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 상태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된다. 한국 사람들의 ‘재테크 빈부격차’를 더 키우는 요인이다. “금융문맹은 대물림된다”
한국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금융 교육을 받지 못한다. 금융 과목이 따로 없다. 아동·청소년기를 올바른 금융 지식과 태도가 형성되는 ‘골든타임’으로 보는 선진국과 비교된다. 영국은 11~16세 학생들에게 경제 및 금융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한다. 학생들은 금융 상품과 서비스의 종류, 소득과 지출, 조세와 재정, 신용과 부채, 금융위험 등을 배운다. 미국 17개 주는 금융 과목을 고등학교 필수과목으로 정하고 있다.
재테크에 대한 편견과 오해는 가정에서 심화된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사장은 “한국에선 부모가 자녀의 금융 지능을 키워주기는커녕 갉아먹는 행위가 만연해있다”며 “아이들이 막연히 건물주를 동경하는 건 금융 투자의 효과를 제대로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모에게서 ‘옆집은 주식하다 망했다더라’ ‘위험한 건 손대지 마라’와 같은 이야기를 듣고 자란 아이가 투자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금융문맹은 대물림되는 것이기에 부모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20대의 금융지능은 ‘낙제’ 수준이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발표한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29세 이하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62점으로 전 연령대 평균(66.2점)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한 최소 목표점수(66.7점)에도 못 미쳤다.
한 운용사 사장의 자녀 교육법
재테크는 경험이자 습관이다. 자녀를 부자로 키우고 싶다면 어릴 적부터 금융과 투자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공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유대인은 자녀가 13세가 되면 성인식을 열고, 가족과 친구에게 받은 축의금으로 통장을 만들어준다. 돈에 대한 감각을 키우기 위한 교육 방식이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자녀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주식을 가르쳤다.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증권 계좌를 개설해주고 라면회사, 제과회사 등 아이에게 친숙한 회사 주식을 한두 주씩 사줬다. 아이가 라면을 먹을 때면 “라면이 잘 팔리면 이 회사 주가가 올라 네 계좌에 있는 돈이 불어난다”고 가르쳤다. 아이스크림을 사 줄 때면 “제과회사가 준 배당금으로 사주는 것”이라고 알려줬다. 그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일들이 다 자기 주식가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된 아들이 점점 경제 이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소액 증여’가 재테크 교육의 밑천
부모가 일찌감치 자녀들에게 적은 금액이라도 ‘증여’하는 것도 효과적인 금융교육 방법 중 하나다. 자녀가 미성년이면 10년간 총 2000만원, 성년이면 5000만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이모씨(40)는 2015년 첫아들을 낳자마자 아이 이름의 계좌를 만들어 2000만원을 증여했다. 10년이 지나 공제 한도가 새로 생기는 2025년엔 2000만원을 추가로 증여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씨는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주식과 펀드 등에 함께 투자하면서 금융 투자를 알려줄 계획”이라며 “자녀 통장으로 교육비를 지출할 수 있고, 남으면 결혼 자금으로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은 “과거엔 증여가 고액자산가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요즘엔 중산층 사이에서 증여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며 “1년이라도 빨리 증여를 시작해 10년 단위로 증여할 때 절세 효과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증여 신고 건수는 2015년 9만8045건에서 2016년 11만6111건, 지난해 12만8454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지난해 신고 건별 평균 증여재산은 1억8200만원이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재테크는 100m 달리기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 경기”라며 “부모들이 단기 투자로 ‘대박’을 보려는 생각을 바꾸고, 자녀들이 장기 투자의 효용을 느낄 수 있도록 가족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현실이 정상적인 재테크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돈을 모으는 과정은 생략한 채 ‘큰돈’을 벌겠다는 환상만 심어주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정작 건물을 살 정도의 자산을 모으는 방법에는 관심이 없다. 한 번에 큰돈을 벌어 상가나 건물을 사고 월세를 받으며 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뿐이다. 이런 풍토에서 자란 아이들은 ‘투알못’(투자를 알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 상태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된다. 한국 사람들의 ‘재테크 빈부격차’를 더 키우는 요인이다. “금융문맹은 대물림된다”
한국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금융 교육을 받지 못한다. 금융 과목이 따로 없다. 아동·청소년기를 올바른 금융 지식과 태도가 형성되는 ‘골든타임’으로 보는 선진국과 비교된다. 영국은 11~16세 학생들에게 경제 및 금융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한다. 학생들은 금융 상품과 서비스의 종류, 소득과 지출, 조세와 재정, 신용과 부채, 금융위험 등을 배운다. 미국 17개 주는 금융 과목을 고등학교 필수과목으로 정하고 있다.
재테크에 대한 편견과 오해는 가정에서 심화된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사장은 “한국에선 부모가 자녀의 금융 지능을 키워주기는커녕 갉아먹는 행위가 만연해있다”며 “아이들이 막연히 건물주를 동경하는 건 금융 투자의 효과를 제대로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모에게서 ‘옆집은 주식하다 망했다더라’ ‘위험한 건 손대지 마라’와 같은 이야기를 듣고 자란 아이가 투자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금융문맹은 대물림되는 것이기에 부모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20대의 금융지능은 ‘낙제’ 수준이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발표한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29세 이하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62점으로 전 연령대 평균(66.2점)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한 최소 목표점수(66.7점)에도 못 미쳤다.
한 운용사 사장의 자녀 교육법
재테크는 경험이자 습관이다. 자녀를 부자로 키우고 싶다면 어릴 적부터 금융과 투자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공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유대인은 자녀가 13세가 되면 성인식을 열고, 가족과 친구에게 받은 축의금으로 통장을 만들어준다. 돈에 대한 감각을 키우기 위한 교육 방식이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자녀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주식을 가르쳤다.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증권 계좌를 개설해주고 라면회사, 제과회사 등 아이에게 친숙한 회사 주식을 한두 주씩 사줬다. 아이가 라면을 먹을 때면 “라면이 잘 팔리면 이 회사 주가가 올라 네 계좌에 있는 돈이 불어난다”고 가르쳤다. 아이스크림을 사 줄 때면 “제과회사가 준 배당금으로 사주는 것”이라고 알려줬다. 그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일들이 다 자기 주식가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된 아들이 점점 경제 이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소액 증여’가 재테크 교육의 밑천
부모가 일찌감치 자녀들에게 적은 금액이라도 ‘증여’하는 것도 효과적인 금융교육 방법 중 하나다. 자녀가 미성년이면 10년간 총 2000만원, 성년이면 5000만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이모씨(40)는 2015년 첫아들을 낳자마자 아이 이름의 계좌를 만들어 2000만원을 증여했다. 10년이 지나 공제 한도가 새로 생기는 2025년엔 2000만원을 추가로 증여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씨는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주식과 펀드 등에 함께 투자하면서 금융 투자를 알려줄 계획”이라며 “자녀 통장으로 교육비를 지출할 수 있고, 남으면 결혼 자금으로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은 “과거엔 증여가 고액자산가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요즘엔 중산층 사이에서 증여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며 “1년이라도 빨리 증여를 시작해 10년 단위로 증여할 때 절세 효과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증여 신고 건수는 2015년 9만8045건에서 2016년 11만6111건, 지난해 12만8454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지난해 신고 건별 평균 증여재산은 1억8200만원이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재테크는 100m 달리기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 경기”라며 “부모들이 단기 투자로 ‘대박’을 보려는 생각을 바꾸고, 자녀들이 장기 투자의 효용을 느낄 수 있도록 가족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