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이젠 소비자 '일상점유율' 높은 기업이 승자
세계 최대 유통기업 아마존은 2016년 아마존고라는 매장을 열었다. 시범 운영 중인 아마존고의 선전 문구는 ‘저스트 그랩 앤드 고(Just Grab and Go)’다. 사고 싶은 물건을 집어 그냥 집으로 가라는 얘기다. 계산대도 없고 판매원도 없다. 매장 천장에 검은색 블랙박스 모양의 센서 100여 개가 있을 뿐이다.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하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결제까지 하는 시간을 줄이도록 설계된 미래형 매장이다. 매장에 들어가기 전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선택해서 결제하고 찾아가면 된다. 선택한 물건을 실제로 봤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구매를 취소하면 된다. 아마존뿐만 아니라 세계 유통 현장에선 소비자의 쇼핑을 방해하는 어떤 요소도 존재하지 않도록 하는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무배격》은 빠르게 변하는 유통 환경에서 소비자의 쇼핑 형태는 어떻게 변하고, 기업들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제시한다. 저자는 유통 컨설팅회사 김앤커머스의 김영호 대표다.

유통 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한번의 클릭이나 터치로 쇼핑이 끝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무배격’은 이로 인해 새롭게 펼쳐질 쇼핑의 미래를 보여주는 열쇳말이다. ‘무(無)’는 아마존고처럼 무인스토어, 무재고, 줄서기 없는 매장 등을 뜻한다. ‘배(配)’는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배달·배송 전쟁을 의미한다. 24시간 배달은 물론 신속 배달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격(格)’은 가치 있는 소비를 지향하는 인간 중심의 ‘품격 커머스’를 의미한다. 과거 명품만 지향하던 것과 달리 최근엔 일상에 지친 자신을 치유하고 위로하는 소비를 한다.

기업들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그동안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경쟁 업체를 이기는 방안을 고민하고 실행해 왔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저자는 “시장 중심이 아니라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시장점유율 경쟁이 아니라 소비자의 일상점유율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