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전북 전주 등의 아파트에서 정상 범위를 넘어서는 라돈이 검출된 가운데 서울 지역 아파트에서도 정상치의 12배에 달하는 라돈이 검출됐다. 방사성 원소인 라돈은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올해 사업 계획을 신청한 공동주택부터 공기질 의무 측정 대상에 포함됐다. 이미 지어진 공동주택에는 소급 적용이 안 되는 만큼 관련 분쟁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치의 12배 검출”

20일 서울 월계동 N아파트에는 “D건설에 라돈 검출 관련 원인 파악과 처리 계획 등을 요구해 (선반을) 교체 설치해 준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교체를 원하는 입주민은 서명해 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D건설이 시공을 맡은 이 아파트 화장실에서 라돈이 초과 검출됐다는 주장은 이달 초 제기됐다. 이곳에 거주하는 A씨는 측정기를 통해 안방 화장실 선반 위 라돈 수치를 측정한 결과 2369베크렐의 라돈이 검출되자 관련 내용을 엘리베이터 문에 부착해 공론화했다. 환경부가 규정하는 라돈의 정상 수치는 200베크렐 이하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은 100베크렐로 더 엄격하다. A씨로부터 라돈 측정을 의뢰받은 사설 측정업체 대표 C씨는 “N아파트가 사용한 선반은 브라질산 화강석으로, 같은 자재를 쓴 다른 아파트에서도 다량의 라돈이 측정됐다”고 전했다. A씨는 문제가 된 선반을 떼어내 밖에 내놨다.

D건설은 라돈 검출 사실을 인정했지만 법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실내 공기질 관리법 시행규칙’이 2016년 12월 개정되면서 실내 공기질 측정 대상에 라돈이 처음 포함됐지만 신축 건물에 라돈 측정 의무가 부과된 것은 2018년 1월1일 이후 사업 계획을 제출한 건물부터다. N아파트는 지난해 2월 입주를 시작해 해당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D건설은 입주민들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다. D건설 관계자는 “입주민 불편 사항을 받아들여 전 가구의 선반을 교체해 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아파트 입주자 대표 B씨는 “라돈 측정 관련 규정이 신설됐을 때 D건설이 관련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이제야 교체를 시작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서 입주민과 갈등

라돈이 검출된 다른 아파트에서는 시공업체들이 후속 조치를 거부하며 입주자와 갈등을 겪고 있다. 전주와 부산에서 문제가 된 아파트들 역시 시행규칙 시행 이전에 사업 계획을 제출했기 때문에 “법적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라돈 측정 의무는 지난해까지 사업 계획이 제출된 건물에 소급해 적용되지 않는다. 또 올해 사업 계획을 제출해 라돈 측정 의무가 부과된 건물이라도 라돈 농도를 측정하고 입주민에게 공표할 의무만 있을 뿐, 라돈 저감공법 등의 적용은 권고사항에 불과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시공업체들이 입주민의 라돈 측정 방법을 문제 삼으면서 라돈 측정 기준 논란도 제기된다. 환경부는 실내 라돈 측정 시 거실 바닥 1.5m 위에서 측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라돈은 대부분 호흡기를 통해 흡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1.5m는 대략적인 호흡기의 위치”라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라돈 검출로 문제가 된 아파트 역시 이 방법으로 측정했을 때 정상치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N아파트 역시 환경부 방법대로 측정했을 때는 정상 범위가 나온다는 게 D건설 주장이다.

입주민들 불안은 여전하다. A씨는 “공기 중 수치만 측정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측정도 거실뿐만 아니라 화장실, 안방 등 다양한 곳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라돈

강한 방사선을 방출하는 자연계 물질. 폐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적으로 폐암의 3~14%가 라돈에 노출돼 발생한 것으로 보고, 담배에 이어 두 번째 폐암 원인물질로 지정했다.

임락근/정의진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