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전주 등의 아파트에서 정상범위를 넘어서는 라돈이 검출된 가운데 서울 지역 아파트에서도 정상치의 12배에 달하는 라돈이 검출됐다. 방사성 원소인 라돈은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올해 사업계획을 신청한 공동 주택부터 공기질 의무측정 대상에 포함됐다. 이미 지어진 공동주택들엔 소급 적용이 안되는 만큼 향후 관련 분쟁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치의 12배 검출”

20일 서울 노원 월계동 N아파트에는 “D건설 측에 라돈 검출 관련 원인 파악 및 향후 처리 계획 등을 요구해, (선반을) 교체 설치해준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교체를 원하는 입주민들은 서명해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D건설이 시공을 맡은 이 아파트 화장실에서 라돈이 초과 검출됐다는 주장은 이달 초 제기됐다. 이곳에 거주하는 A씨는 측정기를 통해 안방 화장실 선반 위 라돈 수치를 측정한 결과 2369베크렐의 라돈이 검출되자 관련 내용을 엘레베이터 문에 부착해 공론화시켰다. 환경부가 규정하는 라돈의 정상 수치는 200베크렐 이하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은 100베크렐로 더 엄격하다. A씨로부터 라돈 측정을 의뢰받은 사설 측정업체 대표 C씨는 “N아파트가 사용한 선반은 브라질산 화강석으로, 동일한 자재를 쓴 다른 아파트에서도 다량의 라돈이 측정됐다”고 전했다. 결국 A씨는 문제가 된 선반을 제거해 밖에다 내놨다.

이에 대해 D건설 측은 라돈 검출 사실을 인정했지만 법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실내 공기질 관리법 시행규칙’이 2016년 12월 개정되면서 실내 공기질 측정 대상에 라돈이 처음으로 포함됐지만 신축건물에 라돈 측정 의무가 부과된 것은 2018년 1월 1일이후 사업계획을 제출한 건물부터다. N아파트는 지난해 2월 입주를 시작해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D건설 관계자는 “입주민들의 불편 사항을 받아들여 희망자에 한해 해당 선반을 교체해 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아파트 입주자 대표 B씨는 “라돈 측정 관련 규정이 신설됐을 때 대기업인 D건설이 관련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제 와서야 교체를 시작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전 세대 리콜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건설사들,“법적 책임없다”

라돈이 검출된 다른 아파트에서도 시공업체들이 후속 조치를 거부하면서 입주자와 갈등을 겪고 있다. 전주와 부산에서 문제가 된 아파트들 역시 시행규칙 시행 이전에 사업계획을 제출했기 때문에 “법적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라돈 측정 의무는 지난해까지 사업계획이 제출된 건물들에 소급해 적용되지 않는다. 또 올해 사업계획을 제출해 라돈 측정 의무가 부과된 건물들이라도 라돈 농도를 측정하고 입주민들에게 공표할 의무만 있을 뿐, 라돈 저감공법 등의 적용은 권고사항에 불과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시공업체들이 입주민들의 라돈 측정 방법을 문제 삼으면서 라돈 측정 기준에 대한 논란도 제기된다. 환경부는 실내 라돈 측정 시 거실 바닥에서 1.5m 위에서 측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라돈은 대부분 호흡기를 통해 흡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1.5m는 대략적인 호흡기의 위치”라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라돈 검출로 문제가 된 아파트 역시 이 방법으로 측정했을 때 정상치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N아파트 역시 환경부의 방법대로 측정했을 때는 정상 범위가 나온다는 게 D건설 입장이다.

그러나 입주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A씨는 “공기 중 수치만 측정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또 측정 장소도 거실뿐만 아니라 화장실, 안방 등 보다 다양한 곳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락근/정의진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