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복 SC제일은행장(사진)은 “2021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10%까지 높이겠다”고 20일 말했다.

박 행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국내 시중은행과 경쟁하겠지만 최우선 목표를 수익성 최고 은행으로 키우는 것으로 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9월 말 기준 SC제일은행의 ROE는 5.58%다. 해외 선진국 은행과 비교하면 상당히 처지는 수준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13~2017년 글로벌 100대 은행의 평균 ROE는 10.29%다. SC제일은행의 ROE는 국내 은행 평균 5.75%와 비슷하다.

박 행장은 “외국계 은행이 시중은행에 비해 소매금융 쪽에서 사업을 키우고 수익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소매금융에선 차별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외화예금통장을 비롯해 자산관리 측면에서 SC의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SC제일은행의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시중은행에 비해 영업망이 적은 것은 디지털 전략을 강화해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이다. 내년 초엔 모바일뱅킹 앱(응용프로그램)을 획기적으로 개편해 내놓을 계획이다. 은행원과 대화하듯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환경(UI)을 대폭 바꾸기로 했다.

모바일뱅킹이 진화한 ‘키보드 뱅킹’ 활성화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키보드뱅킹은 특정 앱을 켜지 않고도 스마트폰에서 일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은행거래 시스템이다. 한 번 설치해놓으면 스마트폰 키보드에 ‘SC제일은행’ 로고가 뜬다. 이 로고를 클릭하면 송금과 계좌조회 등을 할 수 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1월 안드로이드용 키보드 뱅킹을 국내에서 처음 출시한 데 이어 이날 아이폰 버전도 내놨다. 가입자는 출시 10개월 만인 현재 4만9854명에 달한다.

박 행장은 “모바일 뱅킹과 키보드 뱅킹이라는 두 가지 디지털 플랫폼을 함께 밀고 나갈 것”이라며 “금융거래 데이터를 분석해 디지털 중심의 개인고객 상품 및 서비스도 다양하게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간편결제 플랫폼 ‘페이코’로 SC제일은행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는 서비스를 낸 것도 이런 전략에서다. 공동구매 형식으로 참여자가 많을수록 금리가 올라가는 디지털 전용 정기예금 상품도 있다.

박 행장은 디지털화에 따른 점포 축소를 급격하게는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디지털화 진척에 따라 소비자의 행동을 면밀히 살피겠지만 당장 지점을 크게 줄일 생각은 없다”고 설명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