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을 앞두고도 나는 사업을 물려받을 생각이 없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한국은행 입사를 권하셨다. 당시 기준에는 최고의 직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성격과 전혀 맞지 않는 곳이라고 생각했기에 따를 수 없었다. 결국 공인회계사를 택했다.
요즘 젊은 세대를 보면 자기주장이 분명하고 개인의 생각과 생활을 중시하는 점이 부럽다. 그럼에도 선택의 기로에서는 부모에 의지하는 경향도 있다. 수험생을 둔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가 행여 잘못된 선택을 할까 걱정돼 대신 선택해주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부모의 기준으로 자녀의 방향이나 전공, 직업을 선택하는 게 옳은 것일까. 부모는 좋은 길을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하게 도와줘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마지막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전세를 살면서 자동차를 사면 미쳤다고 했던 시절도, 라면을 먹더라도 프랜차이즈 커피를 마시는 이들을 이해 못하던 시절도 있었다.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쯤에는 사업한다고 하면 열에 아홉은 망한다며 뜯어말렸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평생직장이나 평생직업 같은 개념도 사라지고 있다. 청년 창업, 사회적 기업, 1인 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그만큼 새로운 직업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부모 세대의 눈으로 본다면 불안하기 그지없지만 말이다.
수능과 대입은 인생의 시작일 뿐이다. 결코 끝이 아니며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선도 아니다. 주위에서 학교 성적이 성공과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을 것이다. 부모들이 자녀에게 다양한 경험을 권했으면 한다. 시간 나는 대로 책읽기를 권하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전시와 공연을 함께 보는 것도 좋겠다. 독서와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건 생각과 시야를 넓혀준다. 인생에서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채워준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주위부터 둘러보자. 시험이 끝나면 망설이지 말고 서점으로, 공연장으로 자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