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서비스 수입 약속하고
작심한 듯 트럼프 비판
통상전쟁 해결책 제시 없이
"문 걸어 닫으면 반드시 낙후"
시 주석은 이날 상하이 국가회의전람센터(NECC)에서 열린 제1회 국제수입박람회 개막식 연설에서 “개방은 진보를 가져오지만 문을 걸어 닫으면 반드시 낙후로 이어진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개방과 협력은 국제 무역경제의 주요 동력으로 인류는 이런 역사적 규칙에 순응해야 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또 “경제 글로벌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세계 경제 발전의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다”며 “이런 역사적 흐름을 사람의 의지로 돌려놓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의 연설은 이달 말 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열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시 주석이 미국을 향해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을지에 이목이 쏠렸다. 하지만 시 주석은 시장 개방 확대와 자유무역 수호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해 통상전쟁의 극적 해법이 도출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이 전망했다.
다만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향후 15년 동안 30조달러어치의 상품과 10조달러 규모의 서비스를 수입하고 통관 과정 간소화,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법 강화 등을 약속했다. 30조달러어치 상품 수입은 지난 6월 말 밝힌 24조달러보다 6조달러 늘어난 것이다.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번 박람회는 중국의 시장 개방 의지를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시 주석이 직접 지시해 준비됐다. 중국 주요 언론은 일제히 박람회 띄우기에 나섰다. 관영 CCTV는 아침 첫 뉴스부터 박람회 특집보도를 편성했다. 전날 시 주석 부부가 주재한 환영 만찬을 비롯해 상하이를 생중계로 연결해 박람회 현장 모습 등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국내판과 해외판 모두 1면을 박람회 소식으로 채웠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이번 수입박람회가 세계 무역의 대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신문은 “이번 박람회는 중국이 세계 경제의 무역 촉진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하는 것”이라며 “미국 기업을 초대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무역전쟁과 대미(對美) 개방을 분리해 미국 기업에 개방의 문을 활짝 열었다”고 강조했다.
박람회 참가 기업은 일본이 404개사로 가장 많았다. 한국은 삼성 현대자동차 CJ 등 대기업 10곳과 중견·중소기업 176개 등 모두 186개 기업이 참가해 두 번째로 많았다. 박람회에 참가한 중국 바이어들은 900여 개 참가 기업과 1 대 1 상담을 벌인다. 한국 기업 173곳도 6~8일 바이어들과 1 대 1 상담회를 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박람회 성공을 위해 지방정부별로 구매 금액을 할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합의한 외국산 상품 구매계약 체결도 박람회 기간으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박람회 개막식에는 한국 언론계 인사로는 유일하게 한국경제미디어그룹의 송재조 한국경제TV 사장이 초청받아 참석했다. 박람회와 함께 130개국에서 600여 명의 정부 인사 및 국제조직 책임자, 언론인, 학자들이 모여 글로벌 현안을 논의하는 ‘국제 비즈니스 미디어&싱크탱크 포럼’도 함께 열렸다.
상하이=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