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경제TV는 지난 7월 대기업인 KT가 입찰에서 진 중소기업에 갑질을 한다는 보도를 해드린 바 있습니다.

이후 진행 상황을 취재해 보니, 거듭된 갑질 속에 이 사업은 결국 KT가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 과기부가 개입했고, 이 사업을 포기하려는 KT를 오히려 압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민수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KT는 지난 7월 버스 공공와이파이사업 입찰에서 한 중소기업에 져 탈락하자, 이 기업에 빌려주기로 했던 LTE망 사용에 제동을 겁니다.

하지만 한국경제TV 보도 이후 `갑질`이 논란이 되자, KT는 LTE망을 빌려주기로 돌연 태도를 바꿉니다. ([단독] 입찰 떨어진 KT, 중소기업에 `갑질`)

하지만 여론의 시선이 사라지자, 또 다른 `갑질`이 시작됩니다.

이 사업을 하려면 LTE망에 대한 공인된 서류를 조달청에 내야 하는데, 돈을 받고 망을 빌려주는 KT는 인증서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서류를 내지 못한 이 중소기업은 결국 입찰에서 탈락했고, 바로 이어 2순위 사업자인 KT와의 협상이 시작됩니다.

공인된 서류가 없다던 KT는 협상 마감을 불과 이틀 앞두고, 슬그머니 테스트를 받아 시험성적서를 제출합니다.

<☎인터뷰>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

"보니까 성적서 시험일이 10월달이에요. 협상을 하다가 내야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니까 발빠르게 움직였던 거죠. 10월달에 계획을 짜더라구요."

결국 KT는 지난 30일 77억원 규모의 버스 공공와이파이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습니다.

KT가 낸 서류가 없어 탈락한 이 중소기업은 국가계약 위반이라며, 조달청에 이의를 제기하고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윤성 / 피앤피플러스 컨소시엄 사업총괄

"(KT가) 1순위 협상자를 고의로 탈락시킬 목적으로 TTA 인증서 제출을 거부했던 것 같구요. KT가 2순위 협상에서 TTA 성적서를 제출한 것은 명백한 불공정 행위이고 또 하나의 갑질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취재 도중, 이 사업에 주무부처인 과기부가 개입했다는 정황들이 곳곳에서 드러났습니다.

당초 KT는 `갑질`이 논란이 되자 내부적으로 이 사업을 포기했고, 황창규 회장 역시 이를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럼에도 국정감사에까지 등장한 이 사업을 KT가 강행한 배경에 주무부처인 `과기부`가 있었다는 겁니다.

버스 공공와이파이는 통신비를 줄이려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로, 2차 협상자인 KT가 이 사업을 포기할 경우 연내 시행이 불가능해집니다. .

특히 과기부가 이미 연내 시행하겠다고 발표까지 한 상황. 안정적이고 빠른 진행을 위해 대기업인 KT가 맡기를 원했다는 겁니다.

<☎ 녹취> KT 관계자 (음성변조)

"안한다고 처음부터 회장한테 보고하고 다 했다. 정부, 상부기관에서 영업단에다 압력 넣어어가지고 한 것을 어떻게 하나? 결국은 KT한테 몰아붙인 거 아냐? 대통령 공약사업이니까 큰 데(KT)에서 해야되는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KT가 여론이나 정치권의 눈을 의식해 주저하자, 다른 정부 사업을 들먹이며 압박했다는 증언도 나옵니다.

실제로 KT는 비슷한 시기 정부가 발주한 국가재난망 사업 수주를 준비중이었고, 지난 달 18일 7천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을 수주했습니다.

<☎인터뷰> 통신업계 관계자

"KT가 이번에 7천억짜리 국가재난망 사업 수주했는데, 과기부가 그걸 잡고 KT를 흔들었어요. 그거 안하면 부정당 업체 지정한다며... 그렇지 않고서야 KT가 이런 욕을 먹으면서까지 겨우 70억 짜리 이 사업을 왜 합니까?"

협상 마감을 앞두고 만난 한 KT 관계자 역시 다른 사업에 문제가 될까 어쩔 수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는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기자>

중소기업을 위한 공정경제를 외치는 문재인정부 국정과제를 서두르기 위해, `갑질`을 한 대기업에 정부가 또 다시 `갑질`을 해 한 중소기업의 사업을 뺏은 겁니다.

한국경제TV 김민수입니다.

김민수기자 mskim@wowtv.co.kr

한국경제TV 핫뉴스




ⓒ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