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이마트 31일 각각 이사회
온라인 사업 '쓱닷컴' 합병 의결
수도권에 물류센터 4곳 신설
이커머스 시장 '지각변동' 예고
◆정용진, 10개월 만에 결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온라인 사업과 관련한 깜짝 놀랄 만한 발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신세계그룹이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글로벌 투자사인 블루런벤처스(BRV)로부터 1조원을 투자받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그의 계획이 윤곽을 드러냈다. 하지만 투자 유치가 지연되면서 업계에서는 거래가 무산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길었던 마라톤 협상은 정 부회장이 “이마트는 더 이상 오프라인 유통회사가 아니라 이커머스 기업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고삐를 죄면서 극적으로 타결됐다는 후문이다.
신세계는 지금도 쓱닷컴이란 이름으로 각 계열사 온라인 사업을 하나의 플랫폼에 합쳐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쓱닷컴을 구성하는 양대 축인 신세계몰과 이마트몰은 인적·물적으로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로 분리돼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신세계가 백화점, 마트 등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는 온라인사업부를 하나로 통합해 이커머스 통합법인을 설립하게 된 배경이다. ◆쓱닷컴 출범…업계 지각변동
통합법인 쓱닷컴은 내년 1분기 출범한다. 이커머스업계의 대규모 지각변동이 뒤따를 전망이다. 신세계와 이마트 온라인사업부의 올해 매출은 2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규모로만 보면 G마켓과 옥션 등을 운영하는 업계 1위 이베이코리아(거래액 14조원), SK그룹의 11번가(9조원), 7개 회사로 나뉘어 있는 롯데그룹 온라인사업본부(매출 합산 8조원), 소셜커머스 업체인 쿠팡, 위메프, 티몬(각각 3조원) 등에 못 미친다.
그러나 강력한 상품기획력과 자본력을 갖춘 신세계가 이커머스 통합 회사인 쓱닷컴을 집중 육성하기로 한 만큼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커머스업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신세계의 온라인사업부 매출은 수년간 연평균 20%씩 성장했다. 이익 측면에서도 지난해 손익분기점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 ‘빅3(롯데 신세계 현대)’ 중 신세계가 먼저 치고 나간 만큼 다른 유통그룹도 온라인 전략 변화를 고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선식품으로 온라인 시장 공략
통합 쓱닷컴은 경쟁 우위를 갖춘 신선식품 온라인 판매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신세계는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등을 통해 신선식품 분야에서 상품기획 능력과 배송 노하우를 꾸준히 축적해왔다. 신선식품은 G마켓 쿠팡 등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분야이기도 하다.
마켓컬리와 같은 온라인 신선식품 배송 전문 기업이 있긴 하지만 거의 모든 품목에서 ‘온라인 장보기’가 가능한 대형 신선식품 종합쇼핑몰은 쓱닷컴이 사실상 처음이 될 것으로 신세계는 기대하고 있다. 어피너티와 BRV가 쓱닷컴과 손잡은 것도 신세계그룹의 신선식품 온라인 경쟁력을 최고로 평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은 신선식품 배송 경쟁력 확충을 위해 어피너티와 BRV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온라인센터 건립과 물류센터 증설에 일부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현재 두 곳인 물류센터를 2020년까지 수도권에서 여섯 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영효/류시훈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