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이 다음달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오르는 ‘라 바야데르’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이 다음달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오르는 ‘라 바야데르’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다음달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오르는 ‘라 바야데르’ 공연이 국내 발레 애호가 사이에서 큰 화제다. ‘금세기 최고의 발레 여신’으로 불리는 스베틀라나 자하로바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가 13년 만에 한국 무대에 서기 때문이다. 그가 국내 발레단과 처음 공연한다는 점에서 유니버설발레단에도 뜨거운 관심이 모아진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객원 무용수를 초청할 땐 국내 관객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사람, 단원들이 많이 배울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고 있다”며 “자하로바는 이를 모두 충족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하로바와의 만남이 성사돼 영광이며 그의 몸짓과 해석 하나하나에 모두가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라 바야데르’는 유니버설발레단과 세종문화회관이 함께 마련한 작품이다. 인도 힌두 사원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와 전사 ‘솔로르’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그린다. 문 단장은 “내년 창단 35주년을 앞두고 큰 무대에서 대작을 올리게 돼 정말 설렌다”며 “2021년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는 자하로바가 시간을 따로 낸 것도 유니버설발레단엔 큰 행운”이라고 했다.

그만큼 유니버설발레단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국내 최초 민간 발레단인 유니버설발레단은 창작발레 ‘심청’ ‘춘향’을 통해 K발레 열풍을 일으킨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1986년 초연한 ‘심청’은 국내 창작발레로는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해 지금까지 세계 40여 개 도시에서 공연했다. 2007년 두 번째로 만든 창작발레 ‘춘향’도 중동의 오만, 콜롬비아 무대에 올라 큰 인기를 얻었다.

“두 작품 모두 초연 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매년 수정·보완을 거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관객들도 성장하는 만큼 작품도 발전시켜 나가야죠. 음악부터 무대 장치, 의상까지 계속 바꾸고 완성도를 높여갔더니 동서양의 조화가 점차 이뤄진 것 같아요.”

유니버설발레단은 해외 발레계에서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처럼 섬세하고 정교한 몸짓을 선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5년부터 발레단을 이끈 문 단장의 영향이 크다. 그는 1989년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마린스키발레단에서 ‘지젤’ 역을 소화해 ‘영원한 지젤’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볼쇼이발레단이 굵은 붓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보면 마린스키발레단은 섬세한 붓으로 그리는 것 같아요. 유니버설발레단도 마린스키처럼 손끝 하나까지도 정교하고 우아하게 보여주는 것을 고집합니다. 무용수뿐만 아니라 의상, 무대 장치도 같은 콘셉트로 구성해 최대한 따뜻하고 고급스러운 공연을 선보이려고 하죠.”

단원 60여 명과 함께 앞으로의 30년을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하고 있다. “35년이란 시간 동안 유니버설발레단이 많은 걸 해왔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점입니다. 창작발레를 만들며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해왔는데 더욱 균형감 있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겠습니다.”

"유니버설발레단 기량 뛰어나…유럽 무용수들과 차이 없어"

'라 바야데르'서 무희 役 자하로바

“유니버설발레단과 리허설을 했는데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졌어요. 유럽의 발레단들과 비교해도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세계 최정상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39·사진)는 지난 29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자하로바는 “오늘 바로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을 만큼 준비됐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좋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자하로바는 1996년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했다. 2009년부턴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와 이탈리아 라스칼라발레단의 에투알(1급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다.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2005년, 2015년에 두 차례 수상했다.

내한공연은 2005년 볼쇼이발레단과 함께 ‘지젤’을 선보인 이후 두 번째다. 이번 공연에선 볼쇼이발레단의 수석무용수 데니스 로드킨(28)이 맡은 전사 ‘솔로르’와 사랑에 빠진 무희 ‘니키아’를 연기한다. 자하로바는 “고전 발레 작품 중 니키아가 가장 아름다운 역할인 동시에 가장 어려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열정 가득한 사랑과 배신의 고통을 함께 표현해야 해 힘이 들겠지만 잘 소화해내겠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