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최근 경기 하방 압력이 큰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저조한 성장률과 극심한 투자 부진, 주가 폭락 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의 발언은 ‘연내 금리 인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돼 채권 금리 급락으로 이어졌다.

이 총재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금리를 올리려면 경기와 물가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말해 왔는데 경기 하방 압력이 커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거시지표가 나빠지는데 금리를 올릴 명분이 있냐”는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 질의에 대한 답이다.

그는 또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계기업 증가, 고용위기 등 우려에 늘 유념하고 정부와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지난 1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융안정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통화정책 운영에 적극 고려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11월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경기 불안 조짐이 커지자 이날 ‘금리 인상 신중론’에 가까운 발언을 한 것으로 시장은 해석했다. 한국 경제는 올 2분기와 3분기 연속 0.6% 성장에 그쳤고 이날 코스피 지수가 22개월만에 2000선 아래로 떨어지는 등 금융시장도 불안한 모습이다.

시장은 이 총재의 발언에 즉각 반응했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 연 1.968%에서 1.894%로 0.074%포인트 하락했다. 지난달 12일(1.893%) 이후 최저치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0.077%포인트 떨어졌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이날 증시 폭락에 더해 이 총재의 말이 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여지면서 채권 금리가 크게 하락했다”고 말했다. 지난 26일부터 국고채 3년물 금리가 통안채 2년물 금리를 밑도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역전은 금리 인하 또는 동결 기대가 강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민 연구원은 “여전히 11월 금리인상 예상이 다수이긴 하지만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때보다는 ‘연내 금리 인상을 장담할 수 없다’는 여론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