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도 수백건 청원…대책에도 부정적 반응 잇따라

증시가 바닥 모를 추락을 거듭하면서 '개미'로도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비명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29일 자본시장 안정화를 위해 5천억원을 조성, 운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코스피가 2,000선마저 무너지자 개미들은 냉소 섞인 반응을 보였다.
금융당국 5000억 대책 내놨지만…커지는 개미들 곡소리
10년 이상 주식 투자를 해왔다는 고 모(38)씨는 "코스피가 1,800∼1,900까지 떨어진다는 말이 돌 때도 설마설마하면서 진짜로 2,000선이 붕괴될 줄은 몰랐다"며 "보유종목 수익률이 죄다 마이너스(-) 20∼30%로 돌아섰고 어떤 종목은 고점 대비 5분의 1이 돼버렸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회사원 김 모(44) 씨는 "투자하는 종목들이 떨어지기만 해 너무 힘들다"며 "코스피가 이러다가 1,500∼1,600까지 밀리는 건 아닌지 두렵기까지 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오전 금융당국이 자본시장 안정화를 위해 5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 운용하겠다는 내용의 대책을 내놓은 데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주식 정보를 주고받는 카페 등에서는 "구멍가게도 아니고 5천억원 가지고 대체 뭘 한다는 것인가", "주가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만큼 떨어지고 있는데 사태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 등 불만 섞인 글이 줄을 이었다.

특히 빚을 내 주식을 산 투자자들한테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마이너스통장으로 1억 원가량을 빌려 주식에 투자했다는 40대 중반 직장인 윤 모 씨는 "바이오와 대북 관련주 등 코스닥 종목을 주로 샀는데 손절매할 새도 없이 폭락했다"고 울상을 지었다.

5년차 투자자인 이 모(39) 씨도 "증권사들이 연초까지도 코스피가 3,000까지 갈 것이라고 전망하기에 마이너스통장을 써서 투자금을 늘렸는데 그게 독이 됐다"며 "손실 규모가 수천만 원대에 달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의 손실을 키우는 '반대매매'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6일까지 증권사들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내놓은 반대매매 호가는 총 3천990억원으로 2011년 8월 이후 7년여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939억원)과 비교하면 324.9%나 늘었고 작년 같은 달(900억원)보다는 343.33% 증가했다.

반대매매란 투자자가 증권사 돈을 빌려 매수한 주식(신용거래) 가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거나 외상거래로 산 주식(미수거래) 결제대금을 납입하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팔아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다.

이처럼 개인 투자자의 손실이 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주가하락 대책을 촉구하는 내용의 청원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주가 급락에 관심을 기울여달라', '대책회의라도 해달라',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해달라' 등 증시 관련 청원 글은 이달 들어서만 수백건이 올라왔다.

지난 26일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님, 주식시장이 침몰하는데 대책을 세워주세요'라는 청원에는 나흘 만에 2만4천명 이상이 동참했다.
금융당국 5000억 대책 내놨지만…커지는 개미들 곡소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