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29~11월2일)는 미국 주식시장이 조정장에 들어서면서 국내 증시도 하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3분기 '어닝(실적) 시즌'이 본격화하면서 주요 기업들의 실적에도 관심이 쏠린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전 주 대비 129.11포인트(5.98%) 내린 2027.15으로 마감했다. 지수는 지난주 내내 연저점을 새로 썼다. 26일 장중 한때는 2008.86까지 급락하며 2009년 금융위기 수준까지 추락했다.

미국 증시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 주보다 2.97%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3.94%,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78% 떨어졌다.

증권업계에서는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진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까슈끄지 피살, 이탈리아 예산 이슈 등의 악재가 연달아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불안감이 커진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돈을 빼 미국 국채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적 스탠스에 따른 미 장기물 금리 상승 압력이 컸고 미·중 간의 무역 갈등 고조된 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대내외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부각되면서 코스피는 전 주 내내 연중 최저점을 경신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주에도 미국 증시가 부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미국 증시는 사실상 조정장에 진입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국내 증시의 변동성 또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 연구원은 "지난 24일 나스닥 지수는 약 5% 가까이 급락하며 조정장이 시작됐음을 알렸다"며 "그간 미국 증시를 이끌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내년 부진한 실적을 내놓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앞으로의 증시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전에 접어든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국내 증시에는 부담이다. 양호한 소비 심리와 제조업 경기 덕에 오는 12월 Fed는 올해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 간 금리 차가 확대되면서 통화가치는 하락하고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

주식 투자자들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지킬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권사들 간에는 2000선 사수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NH투자증권는 이번주 코스피 예상밴드를 1960~2150까지 전망했다. KTB투자증권은 2030~2110으로 내다봤다. 하나금융투자는 2050~2100을 제시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이어질 대외 변수들에 대한 우려감이 높고 내년 기업 이익에 대한 의구심이 있어 당분간 상승 동력이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수급 공백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의 의미도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3분기 국내 기업 실적이 변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추정기관수 3곳 이상의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있는 코스피 상장사 173곳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3조267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9%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김 연구원은 "영업이익 기준 시장 기대치와 유사한 실적이 나오고 있다"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기업의 상대수익률이 '어닝 쇼크(실적 충격)' 기업의 상대수익률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증시는 내년도 연간 기업이익 감익 우려를 반영하면서 부진하다"며 "투자 방향을 시가총액 상위주 중 모멘텀이 존재하는 가치주나 경기 흐름과 무관한 성장주로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