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부터 섬 남서쪽 해안의 대형 리조트에 머물러 온 이모(39·여)씨는 이날 국내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객실은 유리창이 깨지고 비가 들이쳐 투숙객들이 4층으로 내려와 복도에서 잠을 자야 했다. 대형 호텔인데도 바람이 불 때마다 건물 전체가 흔들리는 바람에 무너질까 두려울 정도였다"면서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이용하는 또 다른 대형 리조트는 24일 이후 정전과 단수로 투숙객들이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리조트에 이재민들이 몰려드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 호텔에 묵는 오모(37·여)씨는 "어제 새벽 자는 아이들을 깨워 옷을 입히고 여권을 챙기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고 전화도 먹통이 돼 정말 앞이 캄캄했다. 다행히 한국인 관광객 중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자녀 동반 관광객이 많이 찾는 리조트인 까닭에 유아용품이 부족하다. 열이 나는 어린이도 있는데 진료를 받지 못할 상황이라 큰 일"이라고 호소했다.
한국인 관광객들의 가장 큰 우려는 사이판에서 고립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괌 데일리 등 현지 언론은 이번 태풍으로 사이판 국제공항 내 시설물이 심한 피해를 봤다고 보도했다. 티웨이 항공은 내달 25일까지 사이판 공항이 폐쇄돼 운항이 불투명하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미국 연방재난방지청(FEMA) 당국자는 "긴급물자를 실어나를 수 있도록 사이판 공항 활주로에서 잔해를 치우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급선무 중 하나"라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까지 우리 국민의 실종, 사망, 부상 등 피해 신고는 들어온 게 없다. 공항이 언제 재가동될지는 26일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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